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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깨어나라 캡틴 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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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깨어나라 캡틴 쿠!

입력
2018.05.25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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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무릎 타박상 귀국한 구자철

월드컵 위해 재활에 온 힘 쏟아

A매치 65경기 19골 검증된 실력

감독 철학 잘 구현하는 선수 정평

신태용호 대체 전술 존재감 기대

권창훈과 이근호 등이 부상으로 낙마해 대표팀 공격에 비상이 걸렸다. 미드필더 구자철이 깨어나야 할 시점이다. 사진은 지난 해 11월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구자철이 역전골을 성공한 뒤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권창훈과 이근호 등이 부상으로 낙마해 대표팀 공격에 비상이 걸렸다. 미드필더 구자철이 깨어나야 할 시점이다. 사진은 지난 해 11월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구자철이 역전골을 성공한 뒤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구자철(29ㆍ아우크스부르크)의 별명은 ‘캡틴 쿠(Koo)’다. 그는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부터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2014년 브라질월드컵 모두 완장을 찼다. 현 대표팀에서도 2015년 1월 친구 기성용(29ㆍ스완지시티)에게 완장을 물려주기 전까지 주장이었다. 아줌마처럼 주변을 세심하게 챙긴다고 해서 동료들 사이에서는 ‘구줌마’로도 불린다.

구자철은 손흥민(26ㆍ토트넘)처럼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 기성용처럼 넓은 시야를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피나는 노력으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대성했다.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뛸 때 그는 스피드를 강화하기 위해 틈만 나면 전력질주로 한라산을 올라 구단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구자철은 최전방, 측면, 중앙 미드필더 등 공격과 중원에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감독의 축구 철학을 그라운드에서 가장 잘 구현하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에이전트인 월스포츠 최월규 대표는 “구자철은 솔직히 타고난 재능은 부족하다. 노력으로 밑바닥부터 올라온 선수”라고 말한다.

2012 런던 올림픽 축구대표팀 당시 영국과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자 환호하는 선수들. 완장을 찬 구자철(13번)의 모습이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2 런던 올림픽 축구대표팀 당시 영국과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자 환호하는 선수들. 완장을 찬 구자철(13번)의 모습이 보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4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구자철. 역시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연합뉴스
2014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구자철. 역시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신태용(49) 감독 아래서 마지막 A매치를 뛴 건 지난 해 11월 세르비아와 평가전이다. 0-1로 뒤지던 상황에서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구자철은 ‘월드컵 모의고사’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 3월 북아일랜드(1-2), 폴란드(2-3)와 두 차례 평가전 때도 소집됐지만 컨디션 난조로 게임은 못 뛰었다. 두 경기에서 후배인 권창훈(24ㆍ디종)과 이재성(26ㆍ전북), 황희찬(22ㆍ잘츠부르크)이 손흥민과 좋은 호흡을 보여 구자철 입지는 좁아졌다.

이제는 ‘구(舊) 주장’ 구자철이 깨어나야 할 시점이다. 권창훈에 이어 ‘조커’ 이근호(33ㆍ강원)마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대표팀 공격진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 감독이 새로운 전술을 고민하고 있는데 그 해법을 풀어낼 적임자가 바로 구자철이다.

그는 지금까지 A매치에서 65경기를 뛰어 19골을 넣었다. 현 대표팀에 구자철보다 많은 A매치를 뛴 선수는 기성용(99경기)과 이청용(30ㆍ크리스털 팰리스ㆍ78경기) 둘 뿐이다. 구자철보다 A매치 득점이 많은 선수는 손흥민(20골) 한 명 밖에 없다. 구자철은 2011년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명문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한 뒤 마인츠와 아우크스부르크를 거치며 7년 동안 통산 203경기 29골을 기록 중이다. 한국 선수 중 유럽 빅 리그에서 200경기 이상 소화한 선수는 손에 꼽힌다. 실력은 검증됐다는 의미다.

구자철(가운데)이 밝은 표정으로 24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성용(오른쪽), 이승우와 훈련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구자철(가운데)이 밝은 표정으로 24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성용(오른쪽), 이승우와 훈련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구자철은 지금까지 월드컵과 좋은 인연이 없었다. 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직전 오스트리아 전지훈련까지 갔다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해 돌아왔다. 구자철의 은사인 홍명보(49) 대한축구협회 전무는 쓸쓸하게 인천공항에 도착한 구자철에게 전화를 걸어 “넌 우리나라 최고가 될 수 있다.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하지 말라”고 위로해줬다. 실제 그는 4년 뒤 홍 전무가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 일원으로 브라질월드컵에 주장으로 참가해 알제리와 2차전에서 생애 첫 본선 득점을 올렸다. 3경기 모두 풀 타임 뛰며 핵심 선수로 활약했지만 한국이 1무2패로 부진한 바람에 팬들의 성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구자철이 러시아월드컵을 더욱 벼르는 이유다. 지난 4월 말 무릎 타박상을 입은 그는 구단에 이야기해 일찌감치 시즌을 접고 국내로 귀국해 재활에 온 힘을 쏟았다. 아직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본선을 소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구자철의 눈은 러시아만 바라보고 있다.

파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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