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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ㆍ미사일 넘어 김정은 SI(특별정보)도 일본과 공유… 자위대 한반도 진출 족쇄 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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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ㆍ미사일 넘어 김정은 SI(특별정보)도 일본과 공유… 자위대 한반도 진출 족쇄 푸나

입력
2016.10.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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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 정보에 강점

日은 영상ㆍ감청정보 강해

日 계속 협정체결을 요구

정부 ‘시기상조’ 입장 돌변

미국의 압박을 수용한 듯

野 주장 ‘국회 비준’ 피하려

국방 당국 간 약정형식 추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5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에 대한 질의에 “신중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답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5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에 대한 질의에 “신중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답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한국과 일본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면 북한의 위협에 맞서 양국이 교환하는 대북정보의 범위가 크게 확장되고 정보 교환 채널도 다양화하게 된다. 한국은 사람을 통해 입수한 인간정보(HUMINT), 일본은 전자장비로 파악한 신호정보(SIGINT)에 강점을 갖추고 있어 부족한 정보를 교환할 경우 서로 이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GSOMIA 논의가 일본 주도로 시작된데다, 안보법제 시행 이후 역할이 강화된 자위대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GSOMIA는 자위대 한반도 진출의 윤활유

2014년 12월 미국을 매개로 체결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은 교환하는 정보의 범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국한돼 있다. 핵과 미사일은 대북 군사정보의 핵심이지만, 지난해 한일 양국이 공유한 대북정보는 3월 스커드 미사일 발사와 5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의 2개에 불과했다.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이다.

이에 일본은 상당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한국과 공유하는 군사정보의 범위가 너무 좁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3월 안보법제를 시행하면서 자위대의 군사적 역할이 확대되자 일본은 노골적으로 GSOMIA 체결을 요구해왔다.

마에다 사토시(前田哲) 방위정책국장은 지난달 29일 도쿄 방위성 청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일본의 안보법제는 여러 가지 (우발)사태와 국면을 상정해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GSOMIA를 통해) 한일 양국간 다양한 군사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에다 국장은 우리측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과 함께 한일 GSOMIA를 협의하는 산파역을 맡고 있다.

비록 군사협력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GSOMIA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휘부 내부의 급변하는 동향을 파악하고 북한의 다양한 도발 움직임을 신속하게 포착할 수 있다면 유사시 한반도에서 자위대의 활동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기존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에서는 다룰 수 없는 내용이다. GSOMIA가 결국 자위대의 방패막이로 활용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우리도 GSOMIA를 통해 얻는 게 있다. 일본은 우리에게 전무한 정찰위성을 4기나 운용하고, 이지스함도 우리의 2배인 6척을 보유해 대북 영상과 감청정보 면에서는 훨씬 우위로 평가 받는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일 약정이 SLBM(미사일) 정보에 한정된 반면, GSOMIA을 체결하면 SLBM을 탑재한 북한의 잠수함 정보까지 일본으로부터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GSOMIA가 없다 보니, 국방 최고 지휘부간 대화가 겉돌기도 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다음날인 지난달 10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전화통화를 했지만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눌 수 없었다. 양국 장관의 통화에서 북한과 관련한 군사기밀이 오갈 경우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탓이다.

협정/2016-10-27(한국일보)
협정/2016-10-27(한국일보)

軍 시기상조라더니 돌변, 일본 시나리오대로 끌려가

한일 GSOMIA가 대북 대응력을 높이는 반면, 자위대가 운신하는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간 정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한민구 장관은 지난 5일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일본과 GSOMIA 체결이 필요하지만, 국민감정과 여러 특수한 상황을 봐서 신중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조심스럽던 입장이 불과 한 달도 안돼 180도로 돌변했다. 그 사이 한일관계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데도 말이다. 우리 정부가 자발적으로 GSOMIA 체결에 나선 게 아니라는 얘기다.

국방부는 27일 GSOMIA 체결 필요성의 근거로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거론했다. 일본과 직접 정보를 공유해야 이 같은 북한의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2014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체결하면서 “3국간 약정으로 북핵ㆍ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공유할 수 있다”며 “미국을 매개로 정보를 교환해야 오히려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장담했다. 당시 논리를 지금의 추진 방침에 비춰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간 일본측은 GSOMIA 조기 체결을 장담해왔다. 마에다 국장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박근혜정부 임기 내에 GSOMIA 체결을 확신한다”며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다소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날 국방부가 논의 재개를 공식 발표하면서, 결과적으로 일본측의 시나리오대로 전개되는 형국이다. 국방부는 심지어 “올해 안이라도 가급적 빨리 체결할 것”이라며 일본의 논리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급속한 기류변화 이면에는 중국에 맞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강화하려는 미국 역할론이 자리잡고 있다.

한일 GSOMIA의 형식도 논란이다. 외교부가 서명하는 협정으로 할 경우, 2012년과 마찬가지로 야당이 주장하는 국회 비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반면 국방 당국간 약정으로 체결하면 정부 서명으로 모든 절차가 끝난다. 정부 관계자는 “2012년의 트라우마 때문에 외교부가 빠지고 협정이 아닌 약정으로 체결해야 한다는 지시가 윗선에서 내려왔다”며 “당초 지난주 발표하려다 국방부의 요청으로 1주일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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