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직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심리적 갈등과 사회적 인식에 대한 문제를 다룬 연극이다. 1995년 극단 한강이 광복 50주년 기념공연으로 초연한 작품으로 위안부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뤄 눈길을 모았다. 당시 위안부 문제는 사회적으로 거론하기 불편한 주제였으나, 이를 무대 위로 드러내 사회·정치적 이슈를 만드는데 영향을 미쳤다.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각색돼 끝나지 않은 위안부 문제를 상기시키고 있다.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 20일, 중국 간도의 한 위안소에 봉기, 금주, 순이 세 소녀가 덩그러니 남겨진다.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인생을 살길 바라면서도 가족, 이웃들에게 어떤 말을 들을지 불안해하며 방황한다. 아버지가 돌아온 자신을 반갑게 맞아줄지 자신이 없는 순이는 자신의 몸에 남은 흔적을 지우듯 빨았던 옷을 계속 빤다. 금주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돌멩이를 던질까 두려워 군수공장에서 일했다는 거짓말을 끊임없이 연습하고, 가난이 지겨운 봉기는 광복이 된 후에도 중국군을 상대하며 돈을 모은다. 봉기는 모은 돈을 고향 친구인 금주의 손에 쥐여주고, 금주는 순이와 봉기를 뒤로 한 채 고향으로 향한다.
연극은 세 소녀의 감정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아픔에 대한 보편적 공감대를 끌어낸다. 귀향에 실패하는 두 소녀와 집으로 돌아가는 한 소녀의 극명한 대비로 극적 장면을 연출하고, 순결함을 의미하는 빨래, 흰옷 등 상징성을 지닌 여러 무대 장치들을 배치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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