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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기억] 한국 첫 세계 챔피언 김기수

입력
2016.06.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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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6월 25일, 이탈리아의 벤베누티를 누르고 한국 프로복싱 첫 세계챔피언에 오른 김기수 선수가 환호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66년 6월 25일, 이탈리아의 벤베누티를 누르고 한국 프로복싱 첫 세계챔피언에 오른 김기수 선수가 환호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전쟁 발발 16년을 맞은 1966년 6월 25일 서울 장충체육관.

거리는 한산했지만 체육관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검은 구두에 흰 팬츠를 입은 김기수 선수가 8천여 관중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링에 올라서자 맞은 편에서 WBA 주니어미들급 세계챔피언 벨트를 맨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누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국민소득 200달러 시대에 무려 5만 5,000달러라는 거금을 지불하며 성사된 세계 타이틀 매치였다.

경기는 쉽지 않았다. 시작과 함께 벤베누티의 왼손 훅에 안면을 강타당한 김기수는 휘청거리며 간신히 1회전을 버텼고 이후 지루한 탐색전이 계속됐다. 중반을 넘기며 초조해진 챔피언의 큰 동작이 이어지자 김기수는 거리를 유지한 채 유효 펀치를 날리며 착실하게 점수를 쌓아 나갔다. 마침내 15회를 알리는 종이 울렸고 링에 선 주심은 2-1 판정승을 선언하며 김기수의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한국 프로복싱 역사상 첫 세계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박정희 대통령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그를 주인공으로 박노식, 김지미의 ‘내 주먹을 사라’는 제목의 영화까지 만들어졌지만 챔피언의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년 후 이탈리아에서 열린 원정 3차 방어전에서 산드로 마징기에게 타이틀을 빼앗겼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링에서 은퇴한 후 사업가의 길을 걷던 김기수는 간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97년 병상에서 숨을 거뒀다. 손용석 멀티미디어부장 st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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