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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탈북 지배인 “결정 망설이자 국정원이 ‘협력 사실 폭로’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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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탈북 지배인 “결정 망설이자 국정원이 ‘협력 사실 폭로’ 협박”

입력
2018.07.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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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에 식당 차려준다 국정원이 회유해 결행 

 종업원 다수도 동남아 식당일인 줄 알고 따라와 

 北에 돌아가겠지만 어떻게 이용됐는지 규명돼야”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중국 저장(浙江)성 소재 북한식당(류경식당)에서 일하다 2년 전 여종업원 12명과 함께 탈북한 식당 지배인 허강일씨가 “국가정보원이 동남아시아에 식당을 차려줄 테니 종업원들과 함께 탈출하라고 회유했고, 탈북 결정을 망설이자 그간 국정원에 협력한 사실을 북한에 알리겠다는 협박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허씨가 그간 류경식당 종업원들의 탈북 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국정원의 ‘기획 탈북’ 수법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건 처음이다.

허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래 나는 국정원의 협력자였고 정보도 가져다줬다. 그런데 그 사람들(국정원)이 종업원을 데리고 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해주고 동남아에 국정원 아지트로 쓸 수 있는 식당을 차려줄 테니 거기서 종업원들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라고 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정하지 못하고 갈등하자 국정원 사람들이 나를 협박했다”며 “종업원들을 데리고 한국에 오지 않으면 내가 그 동안 국정원에 협력했던 사실을 북한 대사관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허씨에 따르면 한국에 온 여종업원들도 동남아에서 식당 일을 하는 줄 알고 따라 나섰다. 연합뉴스에 허씨는 “(여종업원의) 대다수가 동남아에 가서 식당을 영업하는 줄 알고 따라왔다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서야 (한국으로 가는 줄) 알았다”고 했다.

허씨는 또 자신들의 입국 사실이 일방적으로 공개됐다고도 했다. “전혀 얘기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그 사실에 매우 격분했고, (박근혜 정부가) 공개하는 바람에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피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나를 철저히 이용하고 버렸다”며 “북한으로 가서 처벌받더라도 고향에 돌아가겠다. 내가 현재 연락을 주고받는 여종업원 일부도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진상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하고 진상 규명 과정에 지난 정부의 국정원이 나와 여종업원들을 어떻게 철저히 이용하고 버렸는지가 공개돼야 한다”며 “그 다음에야 고향으로 돌아가는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젠 유엔도 우리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며 “문재인 정부와 현재의 국정원이 이 문제를 덮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6년 4월 중국 내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국적 여종업원 12명이 집단 탈북해 국내로 입국했다고 발표했다. 20대 총선을 엿새 앞둔 시점이어서 일각에서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했지만 정부는 부인했다.

그러나 함께 탈북한 식당 지배인 허씨가 올 5월 10일 국내 종합편성채널 방송인 JTBC에서 “국정원 직원 요구로 종업원들을 협박해 함께 탈북했다”고 주장하면서 사건 2년여 만에 기획 탈북 의혹이 다시 불거졌고 북한도 해당 종업원들의 북송을 강도를 높여 재차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달 10일에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일부 종업원을 면담한 뒤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종업원 중)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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