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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정 기자

등록 : 2018.01.13 04:40
수정 : 2018.01.13 22:46

‘의원님 유명세만 보지 마세요’ 제20대 국회 누가 ‘열일’했나

[데송합니다] (6) 제20대 국회 법안발의현황 중간점검

등록 : 2018.01.13 04:40
수정 : 2018.01.13 22:46

*‘데송합니다’는 ‘데이터 속 숨은 의미 못 알아봐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 사회 속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숨겨진 문제를 포착하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일하는 국회’, ‘국민 삶에 힘이 되는 국회’. 지난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신년사를 통해 제시한 새해 목표다.

국민들이 늘 국회에 바라던 것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국회가 그 기대를 충족시킨 적은 거의 없다. 지난달 열린 임시국회에서도 여야는 개헌특위 활동 기한 연장 문제를 놓고 장외신경전을 벌이다 뒤늦게 밀린 법안을 처리하는 등 ‘민생국회’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국회가 약속을 지키게 하려면 결국 시민들의 감시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이 정말 민생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대중적 인지도나 정치적 영향력보다는 실제 민생을 위해 얼마나 활발하게 일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을 따져보기 위해 303명(의원직 포기ㆍ박탈된 전직 6명 포함)의 의원들이 20대 국회 출범 이후 약 2년간 발의한 9,752건의 의안을 분석했다. 의원 개인의 대표ㆍ공동발의 수, 그리고 중재자지수에 초점을 맞췄다. 중재자지수는 의원들의 초당적 협력 정도를 나타낸다. 국회법 79조에 따라 법안은 최소 10인이 동의해야 발의할 수 있다. 중재자지수가 높은 의원은 대표발의 과정에서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많은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동시에 다른 의원의 공동발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한 경우다.

분석 결과 대표발의 실적이 가장 높았던 것은 황주홍(국민의당ㆍ222건) 의원이었고, 공동발의를 가장 많이 한 것은 이찬열(국민의당ㆍ1,680건) 의원이었다. 중재자지수는 정우택(자유한국당) 의원이 가장 높았다.

정 의원은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로, 공동발의자 100인 이상의 대형법안을 대표발의하는 등 당내외 협력을 이끄는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재자지수가 높았다. 중재자지수 상위 10명에 정진석(한국당)ㆍ우원식(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전현직 원내대표가 포함된 것도 같은 이유다.

법안 발의가 많았던 황주홍 의원과 이찬열 의원은 중재자지수도 높았다. 눈에 띄는 것은 대표발의 실적에서 황 의원보다 2건 적은 2위인 박광온(더민주) 의원의 경우 중재자지수가 35위로 다소 처지는 점이다. 박 의원은 공동발의가 772건인 반면 황 의원은 두 배에 가까운 1,402건이라는 점이 차이를 만들었다. 두 의원 모두 대표발의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지만 황 의원이 김 의원보다 상호협력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각 지표의 하위 10명에는 4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이 대거 포함됐다. 다선의원일수록 법안 발의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초~4선 의원이 평균 30회의 대표발의를 한 반면, 5선 의원부터는 그 수가 급격히 줄어 10회에도 못 미친다. 이는 이른바 ‘중진효과’로 분석할 수 있다. 정치 경험이 많은 의원일수록 당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고 선거 등 전국단위 정치활동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한 정당 관계자는 “중진 의원 중에는 ‘이제 이런 거(발의) 할 단계는 지났다’고 보는 분들이 많다”라며 “당내 리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 지표들만으로 중진 의원의 활동이 부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같은 관행은 정치 전반으로 볼 때 큰 손실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중진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역량이 입법 활동에 활용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진의원일수록 중요 민생법안을 이끌고 의원들간 중재자 역할을 할 능력이 있는데 이를 입법에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 것은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도 “입법은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서 국민 체감도는 낮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민생과 직결되는 활동”이라며 “유권자들이 국회의원의 입법관심도와 성실성에 초점을 맞춰 끊임없이 국회를 감시하고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자료조사 박서영 solucky@hankookilbo.com

국회 본회의.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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