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 선생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여성영화인모임이 10일 전했다. 향년 94세.
고인은 1923년 경북 하양에서 태어나 이화여전 가정과에 입학해 문학과 미술, 영화에 심취했다. 학교를 중퇴한 뒤 대구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던 중 윤용균 감독의 소개로 조선영화사 촬영소에서 일했고, 신경균 감독의 영화 '새로운 맹세'에 스크립터로 참여했다.
극작가 이보라와 결혼해 1954년 딸을 출산한 뒤 1955년 영화 '미망인'을 연출하며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이 됐다. '미망인'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 청년과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갈등을 그린 영화로, 당시 여성의 시각으로 전쟁 미망인 문제를 담은 파격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이후 고인은 영화 월간잡지를 운영하는 등 20여년 간 출판계에서 일하다 199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여생을 보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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