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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디자인이 아이들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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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디자인이 아이들을 바꿉니다”

입력
2017.06.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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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등 사회문제 해결에

‘담장 벽화’ 등 디자인 해법 도입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오갈 데 없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예방디자인 일환으로 마을 공동체 ‘도깨비연방’이 마련한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놀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오갈 데 없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예방디자인 일환으로 마을 공동체 ‘도깨비연방’이 마련한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놀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 근처 공원 한 쪽에 자리잡은 2층 건물. 방과후 교복 입은 청소년들이 들락날락 거리는 이곳은 방학동의 주민 공동체 공간 ‘도깨비연방’이다. 마을 카페 ‘도깨비 방’과 공작소 ‘안방’, 어려운 이웃의 집 수리나 이사 등을 돕는 ‘동네 119방’ 등의 연방체라는 뜻에서 도깨비연방이 됐다. 2011년부터 마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이 지난해부터는 갈 곳 없는 청소년들까지 품는 공간이 됐다.

방학동 일대에 서울시의 학교폭력예방디자인이 도입되면서다. 지역 주민들이 디자이너로나섰다. 도깨비연방을 대표하는 최성달씨는 “인근 방학중 등 4개 학교가 있는데 많은 학생들이 가정에서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과후 인근 공원을 배회하는 등 학교폭력이 심각한 이슈가 됐다”며 “당초 주민들 공간이던 도깨비연방의 일부 공간을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내주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도깨비연방에서는 영어 등을 가르치는 공부방을 운영하고, 보드게임, 미술이나 심리치유 프로그램 등 아이들에게 놀거리를 제공했다. 함께 놀면서 친밀감과 공동체의식이 싹트자 실제 학교폭력 두려움도 26.5% 줄었다.

이처럼 학교폭력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디자인이 주목 받고 있다. ‘나눔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는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디자인의 진짜 정의는 당면한 사회 문제를 찾아내 혁신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도 2007년부터 시정에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목시킨 도시디자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송파구 풍납중의 낡은 벽면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그림을 그려넣는 등 컬러컨설팅을 적용하자 학생들의 주의력이 높아지고 스트레스가 감소했다. 서울시 제공
송파구 풍납중의 낡은 벽면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그림을 그려넣는 등 컬러컨설팅을 적용하자 학생들의 주의력이 높아지고 스트레스가 감소했다. 서울시 제공

획일적인 학교의 회색 콘크리트 벽면을 밝은 색으로 바꾸고, 그림을 그려넣는 컬러컨설팅 사업도 그 일환이다. 변서영 시 디자인정책과장은 “송파구 풍납중 등 컬러컨설팅을 적용한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뇌파변화검사를 해봤더니 주의력은 40%, 집중력은 27% 오르고, 스트레스 지수도 낮아졌다는 게 입증됐다”며 “디자인이 아이들을 바꾼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서울 방학동 ‘도깨비연방’은

가정 돌봄 부족한 청소년 위해

공부방·심리치유·놀거리 제공

폭력성 감소하고 집중력 향상

2011년 폭동으로 불탔던 런던 북부 토튼햄의 한 건물(왼쪽 사진)이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지역 사회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길리안 잭슨씨 제공
2011년 폭동으로 불탔던 런던 북부 토튼햄의 한 건물(왼쪽 사진)이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지역 사회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길리안 잭슨씨 제공

디자인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2011년부터 영국 런던에서 시도된 ‘somewhere to’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도시의 버려진 공간을 길 잃은 청년(16~25세)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한 경우다. 당시 청년들은 사회에 위협적인 존재였다. 런던 북부 토튼햄에서는 한 흑인 청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으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자 주요 쇼핑센터에서는 젊은이들이 즐겨 입던 모자 달린 옷(후드티) 착용을 금지할 정도였다. Somewhere to 프로젝트를 총괄한 길리언 잭슨 ‘리비티 청년네트워크’ 디렉터는 “당시 불탄 도심의 한 건물을 새로 단장해 청년들에게 무상으로 빌려줘 청년들이 문화예술 활동이나 스포츠 장으로 탈바꿈시켰다”며 “청년 45명이 이 공간을 통해 직업을 가졌고, 약 1,000명이 격려와 조언을 얻으면서 지역 공동체의 기둥 같은 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을 가지 못하거나 빈민가 출신 청년들도 기회를 얻으면서 꿈을 갖게 됐다”며 “이 공간이 미친 영향력으로 공간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가질 수 있는지, 젊은이들을 신뢰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는 디자인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운동을 할 때부터 스스로를 ‘소셜디자이너(사회디자이너)’라고 생각해왔다”며 “전세계의 보편적인 문제 해결 수단인 디자인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을 바꾸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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