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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악마의 섬, Devil’s Island (8.22)

입력
2017.08.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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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과 드레퓌스가 수감됐던 프랑스령 기아나의 유형지 '악마의 섬(Ils du Diable)’이 1953년 8월 22일 폐쇄됐다.
빠삐용과 드레퓌스가 수감됐던 프랑스령 기아나의 유형지 '악마의 섬(Ils du Diable)’이 1953년 8월 22일 폐쇄됐다.

영어 ‘Penal Colony’는 유형지(流刑地)나 귀양지로 번역되지만, 공부하고 책을 쓰던 김정희의 제주도나 정약전의 흑산도를 떠올리는 건 어색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회와 완벽하게 격리해야 할 1급 정치범이나 흉악 범죄자들이 저 ‘시설’에 수감됐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살 수 없거나, 살려고 하지 않는 땅. 독립전쟁 한참 전 영국령 미국 메릴랜드나 버지니아, 조지아가 그런 곳이었고, 중국 대륙의 북서쪽 신장자치구가 그랬고, 소비에트의 북시베리아와 사할린, 북한의 아오지 탄광 같은 곳이 해당될 것이다. 지금은 세계의 여행자들이 군침을 삼키는 갈라파고스의 여러 섬들이 에콰도르의 유형지였고, 남태평양 멜라네시아의 뉴칼레도니아와 여러 섬들이 프랑스의 유형지였다.

그 곳 죄수들은 중노동으로 스스로 먹을 것을 찾아야 했다. 무장을 한 최소한의 간수와 수감시설은 있었지만, 바다와 밀림, 맹수 등 야생자연이 천연 감옥이었다. ‘악마의 섬’은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Guiana)의 도시 코우로우(Kourou) 북쪽 해안에 떠 있는 작은 섬으로, 1852년부터 유형지로 쓰인 뒤로 저 이름으로 불렸다. 악마의 섬은 거기서 13년 간 지내다 탈옥한 앙리 ‘빠삐용’ 샤리에(Henri ‘Papillon’ Charriere)의 1970년 자전 소설 ‘빠삐용’으로 악명을 높였고, 독일 첩자라는 누명으로 종신형을 선고 받았던 유대인 정치범 드레퓌스(1859~1935)가 4년 간(1895~99) 수감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유형지 악마의 섬이 1953년 8월 22일 폐쇄됐다.

수감시설은 밀림 속에 있었고, 바다로 나아가려면 식인물고기 피라냐와 악어가 버글거리는 강(Maroni River)을 타야 했다. 섬은 급한 해류로 본토와 격리돼 있었고, 그 바다는 상어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했다. 수감자는 신발과 짚풀 모자만 착용하고 벌거벗은 채 벌목을 하거나 ‘0번 도로(route zero)’라 불린 쓸모 없는 도로를 닦는 데 동원됐다. 프랑스 정부는 연 2회 마르세유항에서 배로 새로운 수감자들을 실어 날랐다. 기록에 따르면 악마의 섬에는 약 100년 동안 6만여 명이 수용됐고, 살아남은 이는 약 2,000명에 불과했다. 섬은 현재 폐쇄된 상태로 해상ㆍ헬기 투어만 가능하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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