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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안철수의 '이니 트라우마'

입력
2017.12.05 16:4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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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빚은 최대 설화(舌禍) 중 하나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기간 중 안희정 등 경쟁자에게 가해진 지지자들의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한 것일 게다. 안 캠프의 박영선 의원 등이 즉각 "상처받은 사람의 고통에 소금뿌리는 격"이라고 반발하는 등 당 안팎의 파문이 커지자 당시 문 대통령은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해명과 사과를 거듭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대국민보고회의에서 "국민은 평소 구경꾼으로 지내다 선거 때만 표를 행사하는 간접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댓글 등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은 엊그제 '문꿀오소리' 등 문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에게 큰 불쾌감을 표시했다. 최근 문 대통령을 향해 "오만과 패권 본색"이라거나 "보복하려고 정권 잡았나"고 날을 세운 후 이른바 '문빠'들의 표적이 돼서다. 100일 간담회 자리에서 이들의 문자나 댓글 공격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수작업으로 다 블록(차단)을 해 놔서 거의 안 온다"고 말했다. 악성 글을 보내오는 사람들은 일반인이 아닌 특정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 안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얼마 전 안희정 충남지사가 한 강연에서 "이견의 논쟁을 거부해선 안 된다"며 문빠들의 '묻지마 지지'를 비판했다가 '적폐 꼰대'로 매도되는 등 엄청난 역풍에 시달렸던 일을 거론하며 '공산주의적 행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주의는 생각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인데, 이를 부정하고 난폭운전을 하면 부메랑으로 돌아와 언젠가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대선 토론회 과정에서 뜬금없이 문 대통령에게 "내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따지던 때의 앙금이 그대로 묻어난다.

▦ 한때 문 대통령과 같은 배에서 한솥밥을 먹던 안 대표가 독설가로 변한 배경은 확실치 않지만, 지금도 두 번의 대선을 거치며 형성된 '문재인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가 이날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유일하게 일관성을 지켜 오는 것은 혼선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비꼰 것이 한 예다. 문제는 이 지점이 안 대표의 한계라는 것이다. 중도통합을 하든 제3지대를 만들든, 이런 인식으로는 새 길을 열기 어렵다. '이니 팬덤'은 있어도 '아니 팬덤'은 왜 없는지, 본인만 모르는 것 같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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