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섭 기자

등록 : 2017.06.09 04:40

[지역경제 르네상스]<4>시민 날개 달고 비상하는 부산 영화산업

등록 : 2017.06.09 04:40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부산의 매력

1969년 부산시민 1인당 13.9회 영화 봐

문화적 갈증, 부산국제영화제서 해소

17회 영화제 경제효과 1116억원 추산

8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매축지마을로 이어지는 육교 위를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이 곳은 영화 '아저씨', '친구', '마더' 등 촬영지로 유명하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8일 오후 1시 부산 동구 좌천동 매축지마을. 철길을 지나 벽돌 블록을 쌓아 올린 낡은 건물, 옛 모습을 간직한 좁은 골목의 이 마을은 영화 ‘친구’에서 준석(유오성)과 동수(장동건) 등 4인방이 신나게 질주하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도심 한가운데 외딴 섬처럼 놓인 매축지마을은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곳이다.

‘영화의 도시’ 부산은 그렇다. 국내 대표적 관광명소인 해운대 일대는 홍콩의 마천루를 연상케 하는 고층빌딩이 즐비하지만, 구도심 중구 남포동과 자갈치시장은 아줌마들의 억센 사투리가 구수하다. 도시의 현대적 모습과 옛 풍경의 이질적 정서를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은 전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을 받는 도시다. 1996년부터 매년 가을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는 관객들의 영화관람, 영화인들을 위한 아시아필름마켓, 다양한 지원과 교육프로그램으로 부산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지로 이끌고 있다.

8일 오후 부산 동구 범일동 매축지마을 전경.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부산의 영화산업을 견인한 것은 시민들의 공이 컸다. 현재도 깨지지 않는 1969년 시민 1인당 13.86회의 영화관람기록이나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8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린 일은 부산 시민들의 문화갈증을 대변하는 수치다.

부산은 역사ㆍ지리적으로 특수한 상황에서 영화산업이 태동했다. 1876년 개항으로 일본인 유입과 함께 문화시설인 극장이 들어왔고, 공식적인 영화(활동사진) 상영은 1904년 지금의 중구 남포동에 세워진 극장 ‘행좌(幸座)’의 개관으로 첫 선을 보였다. 1950년 6ㆍ25로 피난민이 유입된 부산은 인구가 급격히 늘었고 전란 이후 영화산업 활성화로 이어진다.

특히 1969년 한해 부산시내 54곳 극장에 관람객 2,322만9,566명이 다녀갔는데, 당시 부산시민 1인당 13.86회 영화를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영화 애호가들이 많은 것은 부산이 영화산업의 메카로 발전하는 자양분이 됐다. 주민들은생활에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삶의 터를 영화 촬영지로 적극 제공했다.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2000년 이후 한해 평균 20~30편의 장편영화가 촬영됐다. 2006년과 2007년이 가장 많았는데 각각 43편이 촬영됐다. 올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팬서’가 지난 3월 약 보름간 부산에서 촬영됐다. 헐리우드 제작자들이 영화 제작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부산의 정서를 꿰뚫어 보았기에 촬영이 성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신 부산시도 블랙팬서 촬영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누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산 촬영기관 동안 지출하는 제작비용을 55억원 가량으로 추산했다. 이밖에 국내 영화 인력 150여명, 보조출연과 통제요원으로 2,000명 내외 인력이 투입돼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영화의 도시로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도 누렸다. 블랙팬서 촬영 후 영화 ‘퍼시픽림2’가 지난달 부산에서 촬영을 마쳤다. 부산영상위원회에 할리우드 영화의 촬영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모습.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되기 전까지만 해도 “촌구석에서 무슨 국제영화제냐”, “서울이 아니고 왜 부산인가”하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첫 행사에서 관람객 18만4,071명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우려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첫 해 31개국 169편의 영화가 상영됐던 부산국제영화제는 10년 사이 훌쩍 성장했다. 2005년 제10회 영화제에는 73개국 307편의 영화가 상영돼 참가국과 상영장이 2배 가량 늘었고 관람객은 19만2,970명으로 1만명 이상 증가했다. 2015년 20회에는 75개국 302편이 상영, 역대 가장 많은 관람객인 22만7,377명이 몰렸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한 영화관 매출액과 관람객 수가 전년대비 각각 7%, 4.6% 증가한 350억원, 45만명으로 분석했다. 음식점과 숙박업 매출은 전년대비 15%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2012년 부산발전연구원이 조사한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총 1,116억원으로 나타났다. 생산 유발효과는 774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342억원이었고 이는 전국 1,111명(부산 868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동반했다.

부산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영화산업의 메카로 거듭난 데는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등 영화관련 공공기관의 이전과 부산시와 부산영상위원회 등 지자체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 부산국제영화제 등 대규모 행사의 성공 덕분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16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는 부산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부산의 영화산업 매출액은 2,261억여원으로 서울, 경기에 이어 전국 4.4%의 비중을 차지했다. 부산의 영화산업 관련 매출은 2014년 1,732억여원에서 2015년 2,261억여원으로 뛰어올라 전년대비 증가율이 30.5%에 달했다. 영화산업 종사자도 2015년 2,105명으로 전년대비 10% 가량 증가했다. 영화산업 관련 각종 지표에서 부산은 서울, 경기에 이은 순으로 나타났다. 제작사, 배급사 등 영화산업 관련업체의 76%가량이 서울과 경기에 몰려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미있는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이석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는 “문화적 측면에서 전세계 영화인들에게 부산은 한번도 가보지 않았어도 친숙한 도시라는 점은 엄청난 자산이다”며 “산업적 측면에서는 부산도 투자와 제작, 배급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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