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환
특파원

등록 : 2017.06.20 08:03
수정 : 2017.06.20 08:03

‘식물인간’ 귀환 오토 웜비어, 엿새 만에 사망

미국 대북 여론 악화, 한미 정상회담에 악영향 우려

등록 : 2017.06.20 08:03
수정 : 2017.06.20 08:03

지난해 3월 북한 법정에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을 당시의 오토 웜비어(가운데)씨. AP 연합

북한에 17개월 억류됐다 식물인간 상태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19일(현지시간) 귀국 엿새 만에 숨지면서 미국 내 대북 여론이 들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성명을 발표, 북한 정권을 규탄하고 주요 언론도 미국 정부가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한미간 이견이 노출된 상황에서 돌발악재가 터지면서 이달 말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 거주하는 웜비어의 가족들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병원에서 치료받던 웜비어가 오후 3시20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족들은 “아들 오토 웜비어가 집으로의 여행을 완전히 끝냈다고 발표하는 것은 우리의 슬픈 의무”라며 “우리 아들이 북한의 손아귀에서 받은 끔찍한 고문과 같은 학대는 어떠한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 간 오랜 교섭 끝에 지난 13일 혼수상태로 고향에 돌아온 웜비어는 병원에 입원한 지 엿새 만에 공식 사망 선고를 받았다. 웜비어는 심각한 뇌 손상 증상으로 오랫동안 혼수상태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그가 지난해 3월 재판 이후 식중독 증세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을 보이다가 수면제를 복용한 후 코마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 사망 직후, 공식 성명을 내놓고 “북한에 의한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미국은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오토의 불행한 운명은,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법규범과 기본적 인간의 품위를 존중하지 않는 정권들에 의해 저질러진 이런 비극을 예방하려는 우리 정부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한다”고 강조했다.

웜비어 사망으로 미국 여론의 대북 비판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CNN방송은 웜비어 사망 소식을 전하며 "우리는 돌아온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조차 없었다. 아주 슬픈 뉴스"라며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셀던 화이트하우스(민주) 상원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미 전역에서 웜비어 가족을 향한 애도의 물결이 일 것"이라며 대북 제재 강화를 촉구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 센터 석좌연구원도 북한이 웜비어를 적절한 의료 조치 없이 1년 넘게 억류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북미 대화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웜비어 사망이 29, 3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드러낸 만큼, 공교롭게 이와는 정반대 흐름인 ‘핵ㆍ미사일 시험 중단시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과 의견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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