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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실명제 도입해도… 짙어지는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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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실명제 도입해도… 짙어지는 먹구름

입력
2018.01.30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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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시중銀 “법인계좌 사용 거래소에 실명 거래 시스템 제공 불가”

중소 거래소 존폐 여부 불투명

신규투자 유입 당분간 어려울 듯

日 해킹ㆍ국제 규제 등 해외 악재도

30일부터 가상화폐 거래실명제가 도입되며 300여만명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 투자자의 실명확인 절차가 시작된다. 거래실명제가 시행되면 신규 투자 유입으로 거래가 더 활발해질 것이란 당초 기대와 달리 정부가 ‘거래소 폐쇄’ 엄포를 놓고 시중 은행들도 당국의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고 있어 당분간 신규 투자 유입은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시중은행들이 기존 법인계좌(벌집계좌)를 이용해온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 거래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가상화폐 업계는 큰 충격과 혼돈에 빠졌다. 일본 거래소 해킹 사건과 주요국 지도자의 부정적 인식, 국제적인 규제 공조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가상화폐의 앞날에 먹구름만 늘고 있다.

29일 한국블록체인협회에 따르면 협회 가상화폐 거래소 회원사 중 가상계좌가 아닌 법인계좌를 사용하고 있는 일부 거래소들이 최근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이용자 실명 확인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렇게 되면 거래소들은 이용자에게 투자용 가상계좌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물론 법인계좌를 이용한 가상화폐 거래가 당분간 지속될 수는 있겠지만, 벌집계좌 사용은 유사수신행위 등 불법 소지가 있어 결국 거래소의 존폐 여부가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현재 법인계좌를 사용하는 거래소는 코인네스트, 고팍스, 코인링크, 이야랩스, 코인이즈, HTS코인 등으로 회원 가입자 수는 100만명을 넘는다. 이들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거래 제한 조치가 확대될 경우 투자자들의 직간접적 피해가 우려된다.

30일 거래실명제가 실시됨에 따라 기존 가상화폐 투자자도 거래소가 거래하는 은행과 같은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거래소의 온라인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입출금이 허용된다. 해당 은행 계좌가 없다면 계좌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시장에선 실명제 이후 신규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간 가상화폐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경고성 발언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거래실명제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30일 이후에도 신규 투자가 가능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있는 은행들은 “기존 계좌 보유자에 대한 실명 전환을 우선적으로 처리 하고 신규계좌 발급은 추후 시장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며 유보 입장이다. 김화준 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은 “전 세계에서 거래되고 있는 시장을 막겠다는 것은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며 “오히려 (신규 투자 억제를) 틀어막게 되면 유사수신이나 거래소 계좌 매매처럼 편법을 양산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 악재도 쏟아지고 있다. 가상화폐 규제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정부는 26일 발생한 코인체크 해킹 사건을 계기로 규제에 나서는 분위기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해킹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580억엔(약 5,677억원) 상당의 뉴이코노미무브먼트(넴∙NEM) 코인을 도난 당한 거래소 코인체크에 대해 ‘업무개선명령’을 내렸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이)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 과정에서 ‘콜드지갑’(인터넷이 차단된 가상화폐 지갑) 시행여부 등을 면밀히 관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각국 거물들도 한 목소리로 가상화폐를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가상화폐가) 음지에서 불법 거래하거나 자금 세탁 수단으로 쓰도록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각국 정부가 위험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기구가 가상화폐 흐름을 감시해야 한다”며 국제 사회의 공조를 제안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9일 오후 4시40분 기준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전날보다 각각 4% 떨어진 1,280만원과 133만원에, 넴은 8% 떨어진 1,055원에 거래됐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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