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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교섭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산업계 확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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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교섭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산업계 확대 전망

입력
2017.09.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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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가운데 첫 사례

올해는 작년 물가지수인 1%↑

자회사 포함 3000여명에 적용

재계 “노사관계 안정에 기여”

SK이노베이션에 2016년은 영업이익 3조2,286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꿈과 같은 한 해였다. 동시에 노사관계에선 6개월 넘게 진통을 겪은 악몽의 시간이기도 했다. 유례없이 높은 실적을 기록하던 7월부터 임금인상을 놓고 노사는 본교섭을 10차례, 실무교섭을 13차례나 벌였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고, 지난해 12월 ‘기본급 1.5% 인상’으로 마무리됐다. 임금 인상을 자체 합의하지 못하고, 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한 것은 정유업계 최초였다.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회사의 미래 수익원을 준비해야 할 시간과 노력을 임금 인상을 둘러싼 힘겨루기에 허비했던 것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올해 임금ㆍ단체협약 교섭에선 “작년의 소모적인 협상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국내 대기업 최초의 ‘임금-물가 연동제’ 합의를 이뤄냈다.

SK이노베이션 노사가 임금인상률을 전년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올해 임금인상률은 작년 소비자물가지수인 1%로 결정됐다. 호봉제인 생산직 직원 임금은 호봉 승급분 2.7%에 1%포인트 더해 3.7% 오르게 된다.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노조 조합원 2,500여명과 사무운영원 500여명 등 총 3,000여명이 이 임금인상률을 적용받는다. SK이노베이션 전체 직원의 60% 가량이 물가에 연동한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0%여도 기본 호봉 승급분 2.7%의 임금 인상은 보장받는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 임금인상률은 별도 협의하기로 했다. 나머지 사무직 직원들은 성과에 따른 연봉제가 이미 적용되고 있어 해당하지 않는다.

기본급 외에 실적에 따른 성과급은 별도로 지급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적자를 기록했던 2014년 성과급이 없었지만, 지난해엔 기본급의 1,000%가 지급돼 연봉의 절반가량이 성과급이었다.

임금인상률을 물가에 연동해 결정하는 제도는 미국과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유럽 기업들이 도입했지만, 국내 대기업은 처음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매년 관행처럼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리던 소모적 협상 관행에서 벗어나 발전적인 노사 관계로 진화할 수 있는 ‘한국형 노사 교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5년 4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임금 교섭을 타결하기 위해 노사가 협상한 평균 횟수는 5.9회, 소요 기간은 2.4개월이었다. 특히 1,000인 이상 대기업은 평균 협상 횟수가 14.2회, 기간은 5.6개월이나 됐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임금ㆍ단체 교섭에서 노조의 요구사항이 다양하고 노사 간 협의 사항이 많아 협상 횟수와 기간이 늘어난다.

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불필요한 교섭 비용으로 여겨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매년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임금 교섭을 1년마다 할 게 아니라 2~3년 치 임금 교섭을 같이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며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임금 교섭을 위해 SK이노베이션처럼 새로운 시도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시도가 SK그룹 계열사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임금인상안은 교섭 기간을 단축해 노사관계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이 방안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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