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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독ㆍ오ㆍ스 3국의 모호한 영유권... "큰 범죄 터저야 확정" 농담

입력
2018.08.17 17:00
수정
2018.08.17 19: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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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7(한국일보)
2018-08-17(한국일보)

중부 유럽 알프스산맥 기슭에는 국경을 삼키는 ‘블랙홀’이 있다. 독일에서는 보덴(Bodensee)으로, 유럽 다른 나라에서는 콘스탄스(Constance)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호수다. 중부 유럽에서 세 번째로 넒은 담수호다. 동과 서의 길이는 63㎞, 남과 북의 폭은 14㎞로 넓이가 536㎢에 달한다. 알프스의 빙하 녹은 물이 유입되는 만큼 해발 395m에 위치해 있고 최고 수심은 252m에 이른다.

스위스 쪽에 치우진 ‘하(下) 호수’로 불리는 ‘운터제(Untersee)‘와 호수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버제(Oberseeㆍ상 호수)’로 나뉘는 이 호수를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독일이 둘러싸고 있다. 관광객이 자주 찾는 성채와 유람선, 꾸불꾸불 자전거 길 등이 알프스의 절경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지만 유달리 이 호수에만 없는 게 있다.

바로 국경이다. 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육지에는 독일ㆍ스위스ㆍ오스트리아 3개국 국경이 아주 정교하고 뚜렷하게 그어져 있지만, 호수에는 아무것도 없다. 스위스와 독일 국경이 가로지르는 호수 항구 부근에는 타로 카드 표지 그림에 따온 22개 조각상이 양국의 경계선을 표시하고 있지만, 호수로 들어가면 갑자기 경계선이 사라진다. 중부 유럽 최대인 인근 제네바 호의 경우 프랑스와 스위스가 호수 내부를 양분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좁은 대륙에 여러 나라가 오밀조밀한 경계를 이루고 있는 유럽에서 국경이 확정되지 않은 지역은 이곳이 유일하다. 이 호수를 국경을 삼키는 ‘블랙 홀’로 부르는 이유다.

물론 국경 없는 이 호수 내부의 경계선에 대한 주변국 의견은 각각 다르다. 호수 남쪽으로 길게 접해 있는 스위스 정부는 ‘경계가 호수의 중간을 지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쪽에서 스위스보다 짧은 구간을 맞대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호수 전체를 독ㆍ오ㆍ스 3국이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쯤 되면 독일이 입장이 매우 중요한데, 국경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함인지 독일은 공식적으로 이 호수 경계와 관련된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주변 3국이 입장이 다른데도 상대국과 갈등을 겪으며 의견을 관철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는 경계가 미확정 상태이거나 3국이 영유권을 공동 소유한 상태로 인정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주장대로 특정 지역에 대해 여러 나라가 영유권을 공유할 경우를 ‘콘도미니엄’이라고 하는데, 독일과 룩셈부르크는 모젤(Moselle), 자우어(Sauer)강 수면을 이런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 호수의 경계를 확정하려면 대규모 수상 범죄가 호수 위에서 발생하는 수밖에는 없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호수 위에서 벌어진 범죄를 어느 나라가 주도적으로 수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모호했던 경계도 확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지금까지 이 호수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어부의 어업권이나 유람선에 대한 세금 부과 등 관련 분쟁은 일정한 원칙 없이 관련 세 나라가 일이 터질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결정해 왔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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