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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대행 금지령에 중견사만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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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대행 금지령에 중견사만 눈물

입력
2018.05.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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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세종시 견본주택 앞에서 시민들이 잔여세대 신청을 위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10일 세종시 견본주택 앞에서 시민들이 잔여세대 신청을 위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정부가 건설업 면허가 없는 분양대행사들의 아파트 분양대행 업무를 사실상 금지하면서 건설사 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자금력이 충분한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자체 인력으로 분양 업무를 진행하고 있거나 향후 인력을 투입할 여력이 있는 반면, 지방에서 분양 사업을 하고 있는 중견사들은 분양대행 업무를 병행할 여건이 되지 않다 보니 ‘봄 대목’에 오히려 사업 연기를 고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6일 ‘무등록 분양대행업체의 분양대행 업무 금지’ 공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주택협회 등에 보냈다. 공문에는 ‘건설업등록 사업자가 아니면 분양대행 업무를 위탁 받아 수행할 수 없다’는 내용과 함께 위반 시 최대 6개월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국토부는 현행 주택공급규칙 50조 4항에 이미 ‘청약 관련 업무는 사업주체가 직접 수행하거나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건설업 등록을 한 자가 대행할 수 있다’고 규정이 돼있는 만큼 이를 철저히 적용, 업계에서 횡행했던 분양대행사를 통한 불법적인 사업 진행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분양시장에선 무자격 대행사들의 인위적 분양가 조정, 분양 우선순위 임의 변경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정부의 기조 변화에 놀라면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청약 업무를 본사에서 직접 챙겨온 GS건설은 이달 분양을 시작하는 ‘신길파크자이’와 ‘고덕자이’도 직접 분양할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분양대행사에게 맡겼던 사업 진행 방식을 변경,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를 직접 분양하기로 결정했으며, 대림산업도 ‘e편한세상 문래’ 분양을 본사가 주관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은 자체적으로 분양대행 업무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 차원에서 당초 18일로 예정했던 ‘서초우성1차 래미안’ 분양 일정을 25일로 미뤘고, 포스코건설 역시 ‘분당더샵파크리버’ 분양 일정을 1주일 정도 연기할 방침이다.

대형 건설사 임원은 “정책적 취지는 알겠지만 그간의 분양대행 관행도 업계에선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며 “대형 건설사들이야 어떻게든 사업을 꾸려갈 여력이 있지만 지방의 중견 건설사들은 갑작스러운 정책 변동에 손을 놓고 한숨만 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분양대행사 가운데 건설업 면허를 보유한 곳은 신영, MDM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월 1, 2건 이상의 분양대행 업무를 진행해온 지방 분양대행사 대부분은 건설업등록 사업자가 아니다. 경남 지역에서 분양 사업을 진행해 온 중견 건설업체 A사 관계자는 “일부 분양 대행사가 건설업 면허 취득을 서두르고 있지만, 면허가 며칠 만에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중견사들은 수주해 놓은 물량을 판매하지 못하면 결국 자금 압박을 받아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어 요새 잠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 B사 임원도 “본사 인원이 소수인데 그들을 모두 분양 업무에 투입해야 겨우 사업 진행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분양이 본업무도 아닌 직원들이 일을 원활하게 처리할지도 미지수지만, 이렇게 ‘땜질 처리’만 하다 보면 다른 사업들도 줄줄이 ‘스톱’ 될지 모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토부는 중견사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있지만 여전히 원칙적인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당분간 시차를 두고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다소 출혈이 있더라도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시장의 올바른 질서를 확립하는 게 최우선인 만큼 정책 방향의 근본적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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