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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계엄 실행 의지 명백한, 충격적인 기무사 세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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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계엄 실행 의지 명백한, 충격적인 기무사 세부자료

입력
2018.07.20 18:39
수정
2018.07.20 19:4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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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국군기무사령부의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에 딸린 67쪽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20일 새로 공개했다. 국방부가 전날 청와대에 제출한 문건은 종전 알려진 것보다 훨씬 구체적인 계엄 준비 계획을 적시하고 있어 충격적이다.

세부자료 문건에서 기무사는 통상의 계엄 시행 규칙과 달리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이 아닌육군참모총장에게 맡기고, 10ㆍ26 사태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를 참고한 비상계엄ㆍ개헌 포고문까지 작성했다. 특히 국회가 계엄령 해제를 의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체 방안까지 제시했다. 민주주의를 말살할 수 있는 군의 시대착오적 발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기무사 문건에 대해 일부에서는 시위가 통제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가정해 만든 법률 검토 보고서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세부자료가 뒷받침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부 내용이 합참이 2년마다 정기적으로 재검토해 유지하는 통상적인 ‘계엄실무편람’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기무사는 문건에서 ‘계엄 성공은 보안을 유지하며 신속하게 계엄을 선포해 계엄군이 주요 지점을 장악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중요시설 494개소와 여의도 광화문 등에 특전사 병력 등을 전차 장갑차로 신속히 투입하는 계획을 세우고, 발표할 담화문까지 작성했다. 계엄령 선포 실행의 의도가 명백했던 것이다.

국가정보원을 계엄사령관 통제 아래에 두기 위해 국정원 2차장이 사령관을 보좌하게 하는 것은 물론 언론 장악을 위해 사전검열을 시행하고 각 매체별 계엄사병 파견 계획까지 세웠다. 인터넷 포털과 SNS 차단 등 유언비어 통제 방안도 적시했다.

심각한 것은 국회 대책이다. 국회가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요구하면 대통령은 계엄령을 해제해야 한다. 문서가 작성된 지난해 3월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해 기무사는 여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막도록 했다. 나아가 계엄사가 집회 시위 금지 및 반정부 활동 위반 시 구속수사 방침을 발표한 뒤 야당 의원들을 집중 검거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정족수에 미달하도록 만드는 계획까지 짰다. 법치를 유린하는 쿠데타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기무사 개혁의 범위를 뛰어넘은 중대한 범죄 모의로밖에 볼 수 없다. 내란 예비음모라는 여당 대표의 말이 지나치지 않다. 기무사의 문건 작성 경위와 배경, 문건이 어느 선까지 하달 공유됐는지, 실제 계엄 준비 지시 및 착수 여부 등을 신속하고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이것은 국기와 군기를 확립하고 민주주의를 굳건히 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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