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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가족단위 진화한 IS 지하드… 소수 향한 증오도 확산

입력
2018.05.18 18: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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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세ㆍ9세 딸까지 자살테러 동참

유례없는 무자비한 방식 충격

# 타종교 소수자를 “나사라” 비하

작년 공격 행위 201건에 달해

# 인도네시아인 가담자 유독 많아

IS 귀국ㆍ보복 테러 우려도 커져

16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사흘 전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한 여성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도중, 유족들이 희생자의 관 위에 꽃잎을 뿌리며 명복을 빌고 있다. 수라바야=AP 연합뉴스
16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사흘 전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한 여성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도중, 유족들이 희생자의 관 위에 꽃잎을 뿌리며 명복을 빌고 있다. 수라바야=AP 연합뉴스

지난 주말 인도네시아는 가족 자살폭탄 테러로 진동했다. 일요일이었던 13일 오전 동(東)자바주(州) 수라바야에서 일가족 6명이 교회 세 곳을 공격했고, 이튿날 또다시 세 가족 16명이 교회와 경찰서를 공격하거나 실수로 사제 폭발물을 터뜨렸다. 무고한 시민 12명과 테러범 등 총 25명이 사망했고, 최소 50명 이상이 다쳤다. 특히 교회 테러를 자행한 디타 오에프리아르토(45)와 푸지 쿠스와티(42) 부부가 10대 청소년 아들 2명은 물론, 12세와 9세인 어린 딸들까지 자살테러에 동원한 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무자비한 방식이었다.

디타 오에프리아르토는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자마 안사룻 다울라(JAD)’의 동자바 대표로 알려졌다. 2015년 출범한 JAD는 지난해 1월 미국 국무부에 의해 ‘글로벌 테러리스트’로 특별 지정된 조직이다. 동남아 이슬람 극단주의 이슈 전문가인 시드니 존슨 분쟁정책분석연구소(IPAC) 소장은 JAD가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조직들을 총칭하는 명칭이라고 말한다. 인도네시아 극단주의 조직들이 개인 네트워크로 운영되며, 그들 간 경쟁도 치열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바다.

“(인도네시아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IS가 기관지를 통해 여성의 지하드(성전) 참여를 촉구할 때부터 그들은 여성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지위를 향상시킨다는 식으로 젠더 프레임을 만들었고 그 프로파간다가 먹혔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 무슬림 행동네트워크’(AMAN) 인도네시아 대표 루비 코팔라는 기자와의 메신저 교신에서 참담한 심정을 이같이 전했다. 그리고 시드니 존슨 IPAC 소장은 지난 15일 논평에서 가족 단위 테러와 IS 전술을 다음처럼 분석했다. “IS는 애초 가족 단위의 (시리아) 이주를 부추겼다. 지하드 개념을 가족의 일로 연계시켜 구성원 모두가 지하드 전선에서 제 역할이 있다고 본 것이다. 또 일상적 가족들이 존재해야, 그들의 ‘이슬람국가’도 정상적 국가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번 교회 테러는 IS라는 글로벌 변수에 ‘기독교도 혐오’라는 국내 변수도 맞물려 인도네시아 사회의 뇌관을 건드렸다. IS는 선전 매체 아마크를 통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면서 아랍권의 기독교도 비하 용어인 ‘나사라(Nasara)’를 사용했다. 인도네시아 기독교도들(대부분 중국계)은 IS 부류를 포함, 광범위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혐오 스피치와 폭력에 노출돼 왔다.

그러한 증오의 분위기는 최근 더욱 고조되고 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의 종교 자유 감시기구인 세타라 연구소가 기록한 지난해 종교적 소수자 공격은 201건에 이른다. 연구소는 이슬람협의체인 ‘울레마 카운실’(MUI)은 물론, 수구 정치세력과 연계된 이슬람수호연대(FPI)도 소수자 공격에 모두 연루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인도네시아 국내의 복잡한 사정은 IS 테러가 현지화한 다른 동남아 국가인 필리핀과도 다르다. 인도네시아 테러는 국내 소수자를 공포에 몰아넣는 동시에, IS 테러가 영토점령과 관계없이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 주면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13일과 14일 이틀 연속 자폭테러 공격이 벌어진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거리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이 하트 모양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촛불 주변의 종이들에 써 있는 문구는 “테러리즘은 모든 종교의 적”, “인도네시아는 전쟁 지역이 아니다” 등이다. 수라바야=AP 연합뉴스
13일과 14일 이틀 연속 자폭테러 공격이 벌어진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거리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이 하트 모양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촛불 주변의 종이들에 써 있는 문구는 “테러리즘은 모든 종교의 적”, “인도네시아는 전쟁 지역이 아니다” 등이다. 수라바야=AP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시리아 전투 경험을 지닌 이들의 ‘귀국 테러’나, 전사한 IS 대원들을 위한 ‘보복 테러’ 가능성도 조심스럽지만 무시할 순 없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IS 가담 인도네시아인은 이미 현존하는 국내 지하디 그룹에서 활동했던 경우가 많아 다른 지역 출신보다 적극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2014년 9월 시리아에서 출범한 동남아 IS 부대 ‘카티바 누산타라’의 총사령관 바룸샤도 인도네시아 출신이다. IS의 동남아 대원 모집 선전 영상에도 등장했던 그가 미군 공습으로 숨졌다는 소식이 4월 중순 전해졌다. 그의 사망은 아직 확인 과정에 있다. 만일 사실로 드러나면, 보복공격 가능성이 엄습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IS 가담 동남아 인구 중 최다수를 차지한다. 미국의 안보컨설팅업체 수판그룹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외국전사, 그리고 귀국전사의 위협’ 보고서를 보자. 2017년 3월 기준 동남아 출신 IS 대원으로 추산되는 1,000여명 중 600명가량이 인도네시아 출신이다(현지 당국은 이 중 최소 166명이 여성과 어린이라고 말한다). 터키 국경에서 시리아로 들어가지 못하고 추방된 인도네시아인은 최소 435명 이상이다. 보고서는 또 시리아에 남은 인도네시아인 대원 규모를 384명으로, 귀국대원은 50명으로 각각 추정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하반기 IS의 대대적 영토상실 과정을 지나면서 사망자나 귀국대원의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현재 귀국자들의 정확한 수치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당국에 보고된 귀국자들은 재활 후 대부분 석방되는 수순을 밟는다. 대테러 담당국인 BNPT가 지난해 9월 13일 귀국한 IS대원 15명을 석방한 건 대표적 사례다. 풀려난 이들은 그보다 한 달 전,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서 인도네시아 외교부와 BNPT팀의 인도하에 본국에 송환된 후 ‘탈(脫) 급진화 센터’에서 한 달간 재활훈련을 받았다. 당국은 이들이 IS 가입을 후회한다면서 인도네시아 사회에 다시 적응하는 과정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존슨 IPCA 소장의 조언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는 잇단 일가족 자살테러에서 보듯, ‘급진화 현상’의 가족 단위 진행 현상을 짚으면서 “재활훈련도 남성이나 가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가족 단위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MAN의 루비는 “가족 단위로 급진화한 사람들 중, 시리아로 가지 않은 그룹까지 탈급진화시키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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