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기자

등록 : 2017.09.05 14:01
수정 : 2017.09.05 23:03

“오늘의 문제를 공간에 담아라, 건축가는 이상주의자여야 한다”

등록 : 2017.09.05 14:01
수정 : 2017.09.05 23:03

땔감나무 외벽 도서관으로 명성

中 건축가 리 시아오동

서울세계건축대회 강연차 방한

리 시아오동 중국 칭화대 건축대 교수가 4일 지역과 자연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건축 철학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 제공

“나는 성찰적인 지역주의(Reflexive regionalism) 건축가다. 표면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 충분한 성찰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내는 혁신이 바로 건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국제건축연맹(UIA) 공동 주최로 3일 개막한 2017서울세계건축대회 강연자로 방한한 중국 건축가 리 시아오동(54) 칭화대 건축대 교수를 4일 만났다.

칭화대 건축대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아인트호벤 공대 연구원으로 활동한 그는 베이징 외곽 화이러우현의 호젓한 마을 지아오지에허에 위치한 ‘리위안 도서관(2012)’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로 세계적인 권위의 모리야마 RAIC 국제건축상(2014), 아가 칸 건축상(2010) 등을 받았다.

리위안 도서관은 콘크리트 대신 땔감용 나무로 외벽을 덮어 숲의 일부처럼 보인다. 천연 블라인드 역할을 하는 나뭇가지 틈으로 스며든 자연광 덕분에 아늑한 독서 환경이 조성된다. 세계 유명 건축가들이 장소와 재료, 빛의 이해가 바탕이 된 소박하지만 힘 있는 건축물이라고 평한 공간이다.

몇 년 전 우연히 지인을 만나러 지아오지에허를 방문한 리 시아오동 교수는 과일을 내다 팔아 근근이 생계를 이어 가는 이 궁핍한 마을에 변화를 주고 싶어 리위안 도서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농민 생활 수준 개선 등 정부 손길이 미처 닿지 않는 사회 문제까지 건축을 통해 해결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리위안 도서관은 설립 5년 만에 주말마다 500~600명의 관광객을 맞는 명소가 됐다. 지아오지에허 주민의 생활 형편도 관광 수입 덕분에 좋아졌다.

이 같은 시아오동 교수의 건축 스타일은 건설ㆍ개발에서 재생ㆍ보존으로 구심점을 옮겨 가고 있는 한국 건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현대 건축은 서양에서 태동했기 때문에 그간 아시아 건축은 서양 건축을 따라 하며 성장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베끼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적 이해가 없는 외국인 건축가의 설계가 넘쳐 나는 베이징, 상하이 등 아시아 대도시의 공통적인 특징을 지적하며 “좋은 건축은 정체성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는 그나마 싱가포르가 수많은 외국 건축가를 초청하는 와중에도 고온다습한 열대성 기후를 고민하면서 차양, 녹화 등을 싱가포르 건축의 정체성으로 찾아가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가 생각하는 건축가란 “미래적인 관점에서 현실 문제를 파악해 미래의 생활방식을 정의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그는 고정된 건축 양식을 고수하기보다 대중의 삶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건축을 하려고 노력한다. 수익만 좇는 상업적인 프로젝트는 맡지 않는다. 주로 학교나 도서관 설계로 자신의 이름을 세계 건축계에 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후배 건축가들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 “건축가는 이상주의자여야 한다”며 “돈을 벌고자 건축가가 됐다면 이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중국 베이징 외곽 허이러우현에 위치한 리위안 도서관. 창을 덮은 땔감용 나뭇가지 틈새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조명 역할을 한다. 리 시아오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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