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누명 피해자
사법피해자단체ㆍ경찰에 5%씩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고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누명 피해자가 죄 없이 치른 옥고의 대가로 받는 형사보상금 8억여원 가운데 10%를 기부하기로 했다.
누명 피해자 최모(33)씨의 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최씨가 형사보상금 8억4,000여만원을 받으면 사법 피해자 조력 단체와 진범을 잡는데 도움을 준 황상만(63) 전 군산경찰서 강력반장에게 각각 5%를 내놓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최씨는 16살이던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7분쯤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 근처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택시기사는 어깨와 가슴 등 12군데나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최씨는 최초 목격자였지만 사건 발생 3일 만에 살인범으로 둔갑했고, 징역 10년을 받고 2010년 복역을 마쳤다.
그는 출소 후 “경찰과 검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 자백했다”며 2013년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2015년 12월 재심 결정을 내렸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광주고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아 국가의 잘못으로 억울하게 덧씌워진 살인자 누명을 벗었다.
재심이 이뤄진 데는 당시 군산경찰서 강력반장이던 황씨의 공이 컸다. 황씨는 2003년 6월 또 다른 택시강도 사건을 수사하다 유력한 진범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지만 확정판결을 뒤집진 못했다. 하지만 황씨가 2003년 6월부터 2004년 5월까지 1년간 작성한 수사 기록은 법정에서 모두 증거로 채택돼 재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황씨는 자비 1,000여만원을 써가며 이 사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재심 중에는 뇌경색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현재 군산지법 앞에서 행정사 사무실을 낸 황씨는 지금도 진범 김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황씨는 “진범이 재판 중에 있어 약촌오거리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최씨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배우 정우와 강하늘이 주연을 맡은 영화 ‘재심’의 소재가 됐다. 박 변호사는 “우리 주변에는 최씨와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 누명 피해자처럼 국가 폭력으로 억울하게 죄를 덮어 쓴 사람이 많다”며 “형사보상금은 사법 피해자들을 돕는 단체에 기부될 것이며 곧 출범할 ‘선한 연대’에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갖고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익산=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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