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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권위, 외국인강사 에이즈 검사 중단 권고… 찬반 논란 불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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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권위, 외국인강사 에이즈 검사 중단 권고… 찬반 논란 불붙어

입력
2016.11.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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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정부에 시정권고

대상자들 꾸준히 “차별 행위” 항의

인권위 뒤따라 “중단하라”

정부 현상유지 속 찬반 팽팽

“외국인 중 환자 많다는 건 편견

차라리 내외국인 모두 검사를”

“교육열 강한 국내 특수성 반영

마약사범 등 걸러낼 장치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유엔이 외국인 교사에게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 검사를 요구한 한국정부에 시정 권고를 한 내용이 뒤늦게 공개됐다. 유엔 지적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도 검사를 중단하라는 정책 권고를 내렸지만 자녀 안전에 민감한 국내 학부모들의 여론 때문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일 인권위에 따르면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해 5월 고용과 재계약을 할 때 외국인 강사에게 에이즈와 성병 검사를 의무적으로 강요하는 건 인권 침해라며 뉴질랜드 출신 A씨가 낸 진정을 인용해 한국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유엔은 “(한국정부의 조치는) 인종 피부색 국적 등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에 위배된다”며 “A씨가 겪은 고통에 대해 정신적ㆍ물질적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논란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당시 회화지도(E-2)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뒤 지방 한 초등학교 영어 원어민 보조교사로 1년간 일했고, 계약 연장 제의를 받았다. 단 에이즈와 성병, 마약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A씨는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검사는 받지 않겠다”고 항의했지만, 담당 교육청은 “교사로서 부적격 사유인 마약 복용자나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를 가려낼 방법이 없어 검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끝까지 검사를 거부한 A씨는 결국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A씨는 그 해 인권위에, 2012년에는 유엔에 “한국인 교사 및 재외동포(F-4) 사증을 보유한 한국계 외국인 원어민 교사에게는 검진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유사 진정 50여건이 인권위에 접수됐다.

외국인에 대한 에이즈 검사 문제는 2010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철폐를 요구하면서 반향을 일으켰으나 정부는 유독 외국인 강사만큼은 기준을 낮추지 않고 있다. 현재도 E-2 비자 소지자가 개별 취업을 하려면 에이즈ㆍ마약검사 결과를 포함한 채용신체 감사서가 필요하다. 시ㆍ도교육감과 직접 계약을 하는 경우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체류자격별 안내 매뉴얼’에 따라 자율적으로 검증하면 된다. 그러나 해당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7개 시ㆍ도 교육청을 확인한 결과 5곳은 지금도 계약 건강진단서 항목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체류 진입장벽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인 다른 외국인 비자와 달리 외국인 강사에게는 엄격한 요건을 바라는 여론이 많다”고 설명했다.

유엔의 시정 요구를 받은 인권위는 고심 끝에 지난 9월 정부에 E-2 비자 대상 원어민 교사에게 에이즈 검사를 시행하는 관행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유엔에 시정 권고에 대한 입장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고 인권 관점에서도 에이즈 검사 의무화가 적절치 않다는 내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에이즈 검사를 인권 침해로 볼 것이냐, 아니면 교육적 안전을 보다 중시하느냐에 따라 찬반여론은 팽팽하다. 최은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에이즈 환자가 외국인에 많다는 편견에 근거해 검사를 강요한다면 명백한 차별에 해당하는 만큼 차라리 내외국인 강사 전체를 상대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희범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사무총장은 “유엔이 권고를 내렸다고 무작정 받아들일 게 아니라 각국이 처한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교육열이 강한 국내 현실에서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나 마약 사범 등 유해 교육자를 거를 수 있는 장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인권 활동가는 “유엔 권고에 떠밀려 인권위가 입장을 낸 모양새인데 논란이 큰 사안이라면 먼저 현장 조사 등을 거쳐 객관적인 인권차별 현황을 공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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