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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중동의 교육 혁신

입력
2016.10.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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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최근 삶의 터전을 잃은 수백만명 난민을 유엔이 지닌 자원만으로 돕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기업과 단체, 공공 부문 기부자들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회원국 ‘분담금’ 제도로 재정 지원을 받는 반면, 인도주의적 지원은 자발적 기부에 의존한다. 의식주처럼 생존 기본 필수품 다음으로 중요한 교육은 너무 자주 간과되고 있다.

교육을 중요시하지 않으면 보기보다 훨씬 위험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지금 상실의 시대를 사는 수많은 젊은이에게 아무런 미래의 희망도 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교육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25만명의 젊은이들이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한편 집을 잃은 아동 600만명 대부분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예멘과 이라크에서 수백만명의 어린이들이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몇몇은 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에 교실에 한 번 들어가 보지 못한 채 어른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PEER(Platform for Education in Emergencies Responseㆍ비상대응교육플랫폼) 덕분에 난민 학생들이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돕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에 의해 핍박받는 교사ㆍ교수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도록 자선단체, 독지가, 그리고 재단이 뜻을 모을 수 있게 됐다. PEER는 대학에 다닐 준비가 돼 있는 시리아 난민과 난민을 기꺼이 받아들일 채비가 된 대학을 이어줄 것이고, 결국 전 세계 모든 난민 학생들에게 웹 기반 고등교육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PEER는 국제교육기관과 존 섹스턴 뉴욕대 총장이 설립한 교육자선단체 카탈리스트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PEER에 지원하는 것을 넘어 카탈리스트재단은 학교 감사제도를 개선하고, 교육분야 투자에 박차를 가하며, 중동과 전 세계에 종파를 초월해 공존을 북돋우는 교육과정을 전파하는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학교는 중동 국가에서 포괄적 시민의식을 조성할 수 있는 최초의 장소다. 카탈리스트재단은 이를 염두에 두고 어떤 교육과정이 종파간의 공통이해를 가장 잘 증진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동유럽, 아프리카, 미국뿐 아니라 중동에서 시범 시민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평가하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자라는 젊은 세대는 곧 2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들은 문화적 공존을 조성하는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서구 일부 정치인들이 공존이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말이다. 모범이 되는 교육과정이 꼭 황금률을 가르치거나 보편적 종교 원칙에 긍정적인 호소를 하는 데 국한될 필요 없다. 다양성은 힘이고 사회를 위한 공익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과정을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카탈리스트재단이 하길 바라는 것이다.

이런 시범교육은 아랍에미리트 연합국의 중학교, 미국과 유럽의 고등학교, 그리고 시리아 난민 학생들을 수용한 레바논의 중학교를 포함하여 6개 시범 학교와 함께 실시할 것이다. 레바논의 참여가 이 프로젝트에서 특별히 중요하다. 정치ㆍ사회ㆍ종교적 분단의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모든 9세 학생은 시아파든 수니파든 또는 기독교든 모든 신앙의 가치와 존엄성, 그리고 종교 간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학교 교육과정을 접하게 된다.

레바논 모델은 전세계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체계를 개발하는데 좋은 시작점이다. 카탈리스트재단의 교육과정은 국가ㆍ종교ㆍ문화적 배경이 다른 젊은이들이 통찰력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온라인이나 혹은 오프라인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보편적 주제가 포함될 것이다. 그 목적은 교육에서 중요한 시기에 있는 젊은이들이 국가와 사회의 리더로 성장하길 바라면서 그들이 서로 문화ㆍ종교적으로 이해하고 대화하도록 하는 데 있다.

실제로 개혁자들에겐 중동 전역의 교육 분야에서 선순환을 만들 기회가 많이 있다. 그들은 또 사회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투자에서 로널드 코헨의 선구자적인 작업과 사회적 기업에서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교육 분야의 사회적 기업가들에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금조달 방편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벤처 자금부터 목표가 정해진 투자 펀드, 다른 새로운 자산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중동의 학교에 21세기 교육을 전파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비영리 분야에서 나왔던 과거의 많은 아이디어가 자금 부족으로 인해 중단됐다. 카탈리스트재단은 시드 자본을 교육 스타트업 회사들에 제공하고 그들이 성공적인 프로그램들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중동에서 교육에 관해 관심 있는 누구에게라도 우리 임무는 분명하다. 수백만명의 가난하거나 취약한 젊은이들이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거나 개선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카탈리스재단이 보여주려 하듯 작은 사회적 기업 하나가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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