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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이미 사드 부지 실사… 더 군색해진 '전략적 모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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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이미 사드 부지 실사… 더 군색해진 '전략적 모호성'

입력
2015.03.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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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당국 이례적 공식 입장 밝혀, 부지 놓고 벌써부터 논란

정부 애매한 입장 꼬이기만

내달 잇따라 방한 예정인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왼쪽)과 존 캐리 국무장관이 11일 워싱턴 국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 귓속말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내달 잇따라 방한 예정인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왼쪽)과 존 캐리 국무장관이 11일 워싱턴 국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 귓속말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놓고 정부와 군 당국이 내세운 ‘전략적 모호성’이 부메랑을 맞고 있다. 미국 측이 이미 지난해 사드를 배치할 국내 부지조사를 마쳤는데도 우리 측이 여전히 애매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논란의 불똥이 사방으로 튀는 모습이다.

부지 문제가 새 쟁점으로

주한미군사령부는 12일 입장자료를 통해 “사드를 향후 한국에 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해 적절한 장소를 찾기 위한 비공식 조사가 진행됐다”면서 “그렇지만 사드의 배치 여부나 배치 장소에 대한 결정은 내려진 적이 없고 한국 측에 통보한 것도 없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를 위한 한국 내 부지조사는 지난해 5월 미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처음 불거졌고, 9월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의 외교협회 간담회 발언으로 공론화됐지만 미 당국이 공식 입장으로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주한미군의 입장은 미국이 경기 평택과 강원 원주, 부산 기장을 유력 후보지로 검토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하지만 우리 군 관계자는 “내년에 용산과 경기 북부의 미군이 옮겨가는 평택기지가 사드 배치 1순위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원주와 기장에는 미군 기지도 없고, 전략적으로도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의 시인에 따라 사드 논란은 한반도 배치 여부를 떠나 배치한다면 부지를 어디로 결정할 것인지로 한발 나아가는 모양새다. 앞서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새누리당 유승민ㆍ원유철 의원도 한 목소리로 “한반도를 방어하려면 최소 3곳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정부가 사드를 도입해 우리의 군기지 3곳에 배치한다면 청주와 광주, 대구가 적절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청주는 수도권 방어, 광주는 주력 KF-16전투기가 배치된 서산을 비롯한 호남지역을 지키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대구는 공군 최신전투기 F-15K가 배치된 곳으로, 후방에 있는 부산을 방어하는 역할로 거론되고 있다. 부산은 유사시 해외미군전력이 한반도에 증원되는 주요 길목이기도 하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사드의 요격고도가 40~150㎞인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시 중부 이북지역에서 방어하는 건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사드 모호성 전략’ 또다시 시험대에

문제는 우리 정부나 국방부가 사드 배치 후보지를 거론하는 순간 사드 도입은 기정사실화된다는 데 있다. 이 경우 중국의 반발이라는 리스크를 고스란히 부담하는 것은 물론 1개 포대당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비용도 우리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 그렇다고 전략적 모호성을 앞세워 논란과 의구심만 증폭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미 정부가 입장을 번복하는 바람에 논란이 증폭된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측은 지난해 6월 커티스 스카파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본국에 사드 배치를 요청했다”고 밝힌 이래 사드는 주한미군기지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미군이 자신들의 기지에 무기를 배치하는 문제”라며 한발 빼려 했다.

하지만 이날 주한미군이 입장자료를 통해 한국에서 비공식 부지조사를 벌였다고 인정하면서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기댈 언덕이 사라진 입장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의 함정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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