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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코끼리 감독이 문재인 응원에 나선 까닭은

입력
2017.01.1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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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감독
김응용 감독

‘코끼리 감독’으로 잘 알려진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김 회장은 문 전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문화예술체육계 인사들이 모여 14일 출범식을 갖는 ‘더불어포럼’ 창립 멤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것도 공동 대표를 맡기로 했습니다.

포럼 측은 ‘시민과 더불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기치로 내건 포럼은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전문가와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조직한 자발적 네트워크 모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사회 각 분야 전문가 등의 모임인 ‘네트워크’를 뿌리로 하고 있는데, 현재 문화예술, 민생경제, 사회복지, 보육ㆍ교육, 보건의료, 장애인ㆍ인권, 안보ㆍ외교, 정보통신(IT), 금융, 법조, 체육, 종교, 전문직 등 13개 분과 120여개 네트워크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23명의 공동 대표 중 체육계 인사는 김 회장이 유일합니다.

포럼 관계자는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슈도 있고 해서 14일 행사는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다른 분들도 어렵게 모셨지만 김 회장은 정말 어렵게 모셨다”고 전했는데요.

1941년 생인 김 회장은 해태타이거즈, 삼성라이온즈, 한화이글스까지 3개 프로야구단을 이끌며 한국 프로야구 사상 가장 많은 10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낸 대한민국의 대표적 야구 명장입니다. 지난해 11월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 회장 경선에 출마해 승리를 거둔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김 회장이 정치 관련 조직이나 행사에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프로야구가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지만 야구 관계자들이 특정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 만큼 누군가를 지지함으로써 정치적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죠.

다음은 김 회장과 기자의 통화 내용

기자= 문 전 대표가 직접 연락을 하셨던가요

김 회장=얼마 전 연락을 줬어요. 식사 한 번 하실 수 있겠느냐고 해서 그러자고 했어요. 근데 벌써 소문이 났어요?

기자=포럼에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문 전 대표와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김 회장=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했어요. 같은 학교(부산상고)를 다녔고요. 청와대 초대 받아 식사도 몇 번 했어요. 문 전 대표는 그때 같이 봤죠. 그리고 문 전 대표가 내 팬이라던데요. (하하하)

기자=2012년 대선 때는 어떻게 도우셨나요

김 회장=그 때는 멀리서 응원했어요.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나 노 전 대통령 때도 그랬고요.

기자=문 전 대표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회장= 바르고 부드러운 사람 같습니다. 나는 운동장에서 강하게 행동했고 그런 나와는 다른 성향이 달라 좋구요.

기자=얼마 전 회장 맡으셨는데 문 전 대표 돕는 게 문제 없을까요

김 회장= 그게 무슨. 좋아하는 사람 그냥 돕겠다는 건데요. 내가 무슨 힘이 되는 지도 모르겠네요

문 전 대표 측근 인사는 “구도(球都, 야구도시) 부산에서 활동했는데 야구를 좋아하지 않을 리 없지 않나”라며 “종종 야구를 하기도 했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문 전 대표는 이날 포럼 창립 행사에서 특별히 김 감독에 대한 ‘팬심’을 폭발시켰습니다. 그는 “전 야구만큼은 전국에서 제일 잘 한다는 학교(경남고)를 나왔는데 그 때부터 김 감독 팬이었다”며 “프로야구 해태타이거즈뿐만 아니라 삼성라이온즈에서도 감독을 하셨습니다”라는 지식 자랑으로 참가자들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이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10번이나 우승을 시켜 한국프로야구 전설이라고 소개한 뒤 “그러나 제 세대는 프로야구 전 실업야구 시절 최고 거포였던 김응용 감독님의 활약을 잘 압니다”며 “10년 가까이 국가대표팀 붙박이 4번 타자, 홈런왕이시며 아마야구의 전설이셨다”고 알렸습니다. 문 전 대표는 “사실 저와는 개인적으로 아무런 인연이 없으신 김 감독님께서 포럼 대표를 맡은 것은 저로선 만루홈런입니다”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아무리 문 전 대표가 팬심으로 지지를 요청했다고 하지만 대선을 앞둔 만큼 정치적 해석이 빠질 수가 없는데요.

김 회장 영입은 호남 민심과 관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회장이 비록 피란민 출신에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김 회장에게 대중에게 인식돼 있는 곳은 호남을 연고로 둔 ‘해태타이거즈’입니다. 그리고 그 해태에서 무려 9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구며 최고 감독 자리에 오른 것입니다. 최근 한 스포츠 전문매체가 사장, 단장, 감독, 코치, 운영팀장, 선수 역대 최강팀을 묻는 질문에 김 회장이 이끈 해태타이거즈가 1위로 뽑혔습니다. 1997년 DJ의 대선 당선 이전까지 정치적으로도 소외 받고 있다고 여겼던 호남 사람들, 호남 출신으로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 모두 승승장구하는 해태타이거즈에 정신적으로 기댔고, 그 핵심인 코끼리 감독 김응용 감독을 향한 무한한 신뢰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덕 아웃을 나와 커다란 덩치에 어슬렁어슬렁 걸음걸이로 심판에게 항의하러 갈 때는 엄청난 환호를 받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포럼' 창립식에서 김응용 공동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포럼은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회 각계인사들 모임으로 김응용 전 프로야구 감독, 드라마 '풀 하우스' 원작 만화가인 원수연 웹툰협회 회장 등 23인이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포럼' 창립식에서 김응용 공동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포럼은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회 각계인사들 모임으로 김응용 전 프로야구 감독, 드라마 '풀 하우스' 원작 만화가인 원수연 웹툰협회 회장 등 23인이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연합뉴스

그런 김 회장의 지지를 얻는 것 만으로 문 전 대표의 영원한 숙제인 호남 민심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포럼 주최 측도 김 감독의 과거 이력을 소개하면서 더 직급이 높은 ‘삼성라이온즈 사장’ 대신 더 오래 전 일인 ‘해태 타이거즈 감독’으로 적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코끼리 감독이 문 전 대표에게 얼마나 힘을 보탤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참고로 꼭 1년 전인 2016년 1월 14일 문 전 대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을 삼고초려 끝에 민주당에 모셔왔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이날 이번에는 김응용 전 감독과 손을 잡네요. 성격도 상황도 사뭇 다르지만 묘한 기시감이 떠오릅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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