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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문재인 마케팅'의 그늘

입력
2018.04.10 15: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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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제부총리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은 혐의로 1월 초 구속되자 많은 언론은 ‘진박(眞朴) 감별사의 몰락’이란 제목을 달았다. 박근혜 정부의 최고 실세로 꼽혔던 그가 ‘옥새 파동’을 낳은 2016년 4ㆍ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TK 지역을 비롯한 전국을 휘젓고 다니며 친위대를 가리는 ‘진박 마케팅’을 펼친 걸 비꼬는 말이다. 그는 특히 대구에서 유승민의 낙천을 암시하는 ‘진박 6인 연대’ 인증샷까지 찍어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런 무리수가 자신과 박 정부 몰락의 출발이었음을 그도 몰랐을 것이다.

▦ 6ㆍ13 지방선거를 뛰는 사람들 입에서 ‘박근혜’는 자취를 감췄다. ‘홍준표’도, ‘안철수’도 듣기 힘들다. 그 자리는 절대 지지도를 구가하는 ‘문재인’과 그의 절친인 ‘노무현’이 채웠다. 경선 열기가 치열하고 이른바 ‘문ㆍ노 마케팅’이 봇물을 이루는 민주당 얘기다. 두 정부에서 일한 경력을 후보 경선 여론조사에서 적시하면 지지율이 15~20% 오른다는 통계도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문제는 이런 후광 효과를 업은 사람과 이런 경력 없이 지역에서 오래 터를 닦아온 사람과의 형평성이다. 당초 당 선관위가 여론조사 후보 경력에 두 사람의 이름을 못쓰게 한 이유다.

▦ 그러나 당 최고위가 지난 주말 이 결정을 뒤집었다. 20대 총선 때의 원칙을 따랐다고 하지만 지도부도 당내 주류인 문재인계의 거센 반발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ㆍ문 정부에서 6개월 이상 장차관을 지냈거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후보들은 여론조사 때 ‘노ㆍ문 후광 마케팅’을 맘대로 펼칠 수 있게 됐다. 이와 별도로 예비 후보들이 누비는 표밭에서는 사진과 함께 핫라인, 복심, 심장 등 온갖 수식어가 붙은 노ㆍ문 브랜드가 넘치며 진위 공방까지 벌어지는 등 과열 조짐이 뚜렷하다.

▦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서 맞붙은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전해철 전 의원이 트위터 계정 ‘정의를 위하여(@08_hkkim)’의 정체를 놓고 벌이는 난타전은 ‘노ㆍ문 마케팅’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진짜 친문을 가리자며 세 명의 복심이 싸우는 광주 경선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싸움을 보는 재미 이상의 씁쓸함이 몰려온다. 수많은 변종을 낳았던 ‘○박 타령’의 적폐를 청산하자는 정치집단이 과거와 유사한 유혹에 빠지는 것 같으니 말이다. 나만의 브랜드로 승부하겠다는 정치 리더를 보고 싶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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