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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족사의 거대한 저수지, 3ㆍ1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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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족사의 거대한 저수지, 3ㆍ1운동

입력
2018.03.01 13:5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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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의 숱한 실개천과 물줄기들은 3·1 운동이라는 저수지로 모여 들었다가 다시 갈래를 치고 흘러나갔다. 이 민족사의 저수지에는 동학, 조선, 대한제국, 왕, 기생, 혁명, 공화정, 민주, 인권, 여성, 어린이, 미래도 다 들어 있었다. 한국인은 역사에 암전이 드리울 때마다 3ㆍ1 운동이라는 발원지로부터 물을 대면서 새 역사를 개척해 나아갔다. 헌법 전문에 명문으로 박혀 있듯 4월 혁명이 그렇고, 6월 시민혁명, 촛불시민혁명이 두루 그러하다.

99년 전 그날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탄생한 이 대중은 외세에 의해 타살된 봉건왕조를 일찍이 없던 장대한 추모와 항쟁을 통해 떠나 보내고 이 힘으로 곧장 민주공화정을 탄생시켜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그것이다. 그러므로 3ㆍ1 운동 100주년은 곧 대한민국 100주년이다.

3ㆍ1 운동은 민족사의 거대한 생일이다. 기록된 역사 2천년 이래로 우리 겨레는 이를 통해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 역사의 어떤 순간도 3ㆍ1 운동만큼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날 대한제국은 대한민국이 되었고, 장구한 봉건체제는 민주공화정 체제로 전환되었다. 왕토는 국토가 되었고, 백성은 시민, 국민이 되었다. 서울시가 그 가치를 재창조해 내는 기념사업을 시간의 건국, 공간의 건국, 인간의 건국이라는 3대 기치로 내세운 까닭이 여기 있다.

서울시 기념사업은 3ㆍ1 운동의 가치를 시민이 평소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전개하고 있다. 안국역을 3ㆍ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되새기는 공간으로 바꾸는 1차 작업이 3ㆍ1 운동 99주년을 맞아 공개되었다. 이는 지하철이라는 일상공간을 통해 시민이 3ㆍ1 운동과 자연스럽게 조우하도록 하는 취지이자 역사를 과거에 두는 게 아니라 현재화하자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북촌은 정세권 등이 중심이 되어 한옥으로 맞선 저항이었고 민족문화의 방파제였다. 그는 한옥으로 번 돈을 고스란히 조선어학회 활동에 바쳤다. 한옥이 한글이 된 셈이다. 정세권은 3ㆍ1 운동에 참여했고 그 의미를 사업과 일상에서 실현해낸 총을 들지 않은 항일운동가였다. 100주년에 맞춰 북촌 한옥은 새롭게 해석되어 나타날 것이다.

또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식을 거행한 태화관 일대 광장화 사업은 한민족이 흩어져 살고 있는 모든 곳에서 돌을 모아 조성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이 길은 삼일대로를 따라 남산 밑에서 조선신궁 터까지 잇는 국치길과 만난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경술년에 국치를 당한 터와 조선총독부 등 치욕스러운 시간과 대면하게 된다. 20세기 우리 역사는 영광만이 아니라 치욕 또한 있었음을 되새기는 작업이다.

100주년 기념사업은 다시 100년을 살기 위한 씨앗이어야 한다. 역사와 가치를 일상에 축적하는 과정은 저수지에 물을 모으는 일과 같다. 3ㆍ1 운동이 하나의 거대한 저수지였다면 서울시 100주년 사업은 저마다의 가슴에 샘이 형성되도록 하는 일라고 할 수 있다. 천만 시민의 가슴에서 새 물줄기가 돋고 새 강물이 흐를 때, 3ㆍ1 운동은 날마다 현재일 수 있는 터이다.

서해성 서울시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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