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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저신용 4명 중 1명 채무불이행자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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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저신용 4명 중 1명 채무불이행자로 전락

입력
2017.07.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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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값 5만원 3개월 못 내거나

소액 2개월 연체도 저신용 ‘추락’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 추세

채무 불이행자 된 후에야 빚탕감

정부 정책은 사후대책에만 초점

“상환 의지 있는 채무자는

이자납부 기한 연장해줘야”

한 번의 카드값 연체로 신용도가 8등급으로 떨어진 황모(31)씨는 얼마 후 뜻하지 않게 회사까지 그만두게 됐다. 생활비가 다급해진 황씨는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낮은 신용도에 퇴짜를 맞자 할 수 없이 대부업체에서 연 27.9% 금리로 700만원을 빌렸다. 이후에도 황씨는 재취업에 번번이 실패했고 결국 이자를 3개월 이상 갚지 못하면서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로 추락했다. 황씨는 취업을 위해선 채무불이행자 딱지라도 떼야 된다는 생각에 다시 불법 사채를 빌려 3개월치 이자를 갚았다. 그러나 이제 황씨는 사채업자로부터 이전보다 더 혹독한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황씨처럼 신용등급 8등급 아래의 저신용자 4명 중 1명은 결국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상당 수는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에서도 소외된 채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더구나 그 동안의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런 채무불이행자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3개월 이상 연체하면 무조건 채무불이행자 딱지를 붙이는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9일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이스평가정보와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8~10등급의 저신용자는 총 292만8,871명(1~10등급 4,390만명)이다. 이 중 빚을 3개월 넘게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한 이가 무려 73만2,000명으로 전체 저신용자의 24.9%를 차지했다. 특히 이 비율은 2013년 23.4%, 2015년 24.1%, 등 최근 5년 새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 대책은 헛돌고 있고, 한 번 저신용자로 추락하면 좀처럼 빚의 구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금융사에서 빌린 대출금은 금액과 상관없이 3개월 이상 갚지 못할 경우 곧 바로 한국신용정보원에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돼 전 금융권에 본인의 채무정보가 공유된다. 카드값은 5만원 이상을 3개월 이상 내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문제는 소액을 2개월 정도만 연체해도 신용등급이 순식간에 8~10등급의 저신용자로 떨어진다는 데에 있다. 저신용자가 되면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금리대가 높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밖에 남지 않는다. 최근엔 이들 업권도 저신용자를 꺼리는 추세다. 이들 업권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렸다가 결국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면 더 큰 난관이 기다린다. 신용카드는 바로 중지되고, 정부가 저신용자를 위해 운영하는 햇살론과 같은 저금리 대출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취직하는 데도 제약을 받는다.

빚을 연체하면 저신용자로 추락하고 결국 고금리에 의존해 채무불이행자가 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이러한 과정에 제동을 걸거나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은 전무하다. 채무불이행자가 된 뒤에야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빚 원금을 탕감해주는 사후대책만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본인의 채무상환 계획을 금융사에 제출한 연체자에 대해선 이자납부 기한을 연장해주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소득이 없는 저신용자가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되면 사실상 재기가 어렵고 이 경우 금융사는 결국 대출회수를 못하게 된다”며 “상환 의지가 있는 채무자에 대해선 금융사가 선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저신용자들이 고금리에 내몰리지 않도록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대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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