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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는 이제 ‘청와대 방송’ 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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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는 이제 ‘청와대 방송’ 사절입니다”

입력
2017.12.20 16:4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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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식 뉴스나열은 지양

아이템 선정부터 보도까지

오직 시청자의 관점서 진행”

MBC ‘뉴스데스크’의 박성호(왼쪽), 손정은 새 앵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목소리를 더 녹여 뉴스 안에서 시민들의 입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MBC ‘뉴스데스크’의 박성호(왼쪽), 손정은 새 앵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목소리를 더 녹여 뉴스 안에서 시민들의 입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더 이상 청와대 방송은 없을 겁니다.”

공영방송 MBC의 간판 뉴스프로그램 ‘뉴스데스크’가 26일 오후 8시부터 박성호(45) 손정은(37) 새 앵커의 호흡으로 새롭게 단장한 모습을 선보인다. 1995년 MBC 보도국에 입사해 정치부, 기획취재부 차장 등을 거친 박 앵커는 2012년 170일 동안 지속된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가 지난 8일 5년 6개월 만에 복직했다. 2006년 입사한 손 앵커는 주말 ‘뉴스데스크’, ‘뉴스투데이’ 앵커를 맡았지만, 2012년 파업 참여 이후 비제작부서인 사회공헌실에 전보돼 5년간 방송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2012년 파업 전까지 아침뉴스 ‘뉴스투데이’ 앵커를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보도국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5년 동안 방송현장에서 비켜서 있다가 복귀하자마자 중요한 역할을 맡은 박 앵커와 손 앵커는 불편부당한 뉴스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두 사람은 “뉴스 아이템 선정부터 취재, 보도까지 오로지 시청자의 관점에서 진행한다”며 “시청자의 얘기를 듣고 답할 수 있는 열린 창구는 반드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5년 만에 뉴스로 돌아오는데, 감회가 새로울 듯하다.

손정은(손)=“지난날에 대한 반성이 아직까지 크다. 당장 용서해달라는, 사과 퍼포먼스를 펼치려는 마음은 다들 아니다. 깊은 반성의 마음으로 겸허하게 시청자에 다가가려고 한다.”

박성호(박)=“복직하자마자 생각지도 않은 큰 책임이 주어져 부담이 크다. 엊그제 뉴스 진행하다 말고 내가 퇴장하는 악몽까지 꿨다. 보도국이 달라졌다. 편집회의에서도 부서간 격의 없이 토론하고 뉴스 혁신을 논의하는 팀을 구상하는 등 이전보다 활기차졌다. 뉴스가 서서히 변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감각이 무뎌지지 않았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박=“고려대 언론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방송기자연합회 편집위원장으로 저널리즘 원칙을 연구하면서 한 발 떨어져 다른 시선으로 뉴스를 보게 됐다. 오히려 새로운 것을 보게 되더라. 뉴스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과 해야 할 것들을 배워 이 교훈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손=“매일 방송에 투입되는 진행자의 능숙함이라는 게 분명 있다. ‘PD수첩’을 먼저 진행하기도 했고 이번 주 리허설을 계속하면서 감을 찾으려고 한다.”

-과거 ‘뉴스데스크’의 역할을 ‘JTBC 뉴스룸’이 대체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박=“지난 5년간 ‘MBC 뉴스 안 나와도 JTBC 보면 된다’는 시민의 의견이 가장 뼈아팠다. 기존 뉴스들이 공급자 위주의 밥상을 차렸는데, JTBC는 이슈를 이해하고 선택과 집중을 보여줬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문제의식은 늘 있었지만, 우린 실행을 못했다.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이번엔 달라진 뉴스를 보여줘야 한다.”

MBC ‘뉴스데스크’ 박성호 손정은 새 앵커는 “공정 방송을 하지 못한 지난날에 대해 당장 용서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성의 마음을 가지고 시청자에게 천천히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MBC ‘뉴스데스크’ 박성호 손정은 새 앵커는 “공정 방송을 하지 못한 지난날에 대해 당장 용서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성의 마음을 가지고 시청자에게 천천히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어떤 방식으로 보여준다는 것인가.

박=“이전에는 많은 정보를 쏟아내기 바빴다면, 이제 시청자가 무엇을 궁금해 하고 뉴스에 관해 어떤 의견을 내는지 적극적으로 듣고 방송에 반영할 계획이다. 뉴스 안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리게끔 하겠다. 이전처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뉴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의 취재 관행부터 기사 작성 방식까지 시스템을 전면 쇄신해보려 한다. 파업하다 보도국 올라온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형식상의 변화도 있나.

손=“당장 획기적인 시도로 시선몰이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내용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느낄 것이다. 그 부분이 채워지면 새로운 형식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코너 등을 논의 중이지만 26일부터 바로 시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권교체에 따른 또 다른 보도 편향성을 띌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손=“소통을 무시하고 MBC의 입장만 전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서로 상반되는 이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이를 리포트나 앵커 멘트에 녹일 수 있다. MBC가 시민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박=“이전에 다루지 않던 의제를 새롭게 다룰 때 그렇게 비칠 수도 있는데, 오해 사지 않도록 내용을 풍성히 하고 보도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오늘날 새롭게 요구되는 앵커의 역할은 무엇일까

손정은= “늘 겸손, 진실, 진정성을 꼽는다. 30대 초반까지는 앵커 말 한마디의 무게감을 몰랐지만 지금은 앵커 말 한마디의 진정성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잘 안다. 이전보다 수려하게 리포팅을 하지 못할 수 있지만, 뉴스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넓어졌다.”

박성호= “기자가 심층적 해설과 해석적 보도를 하면 핵심을 요약해주는 기능을 앵커가 맡아야 한다. 맥을 잘 짚고 핵심을 잘 정리하며 기자의 역할을 분담해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점진적인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뉴스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 얼마나 걸릴 것이라고 보나

박성호= “내년 봄 정도엔 과거와 달라진 쇄신된 뉴스를 정돈된 형태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뉴스로 보여드리겠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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