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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배는 운전 중… ‘빵빵’ 대신 배려 부탁해요

입력
2017.10.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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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를 표현한 ‘실버 마크’가 익살스럽다. 상황 인지 능력이나 신체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일수록 사고 위험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 사고를 막기 위해선 본인의 주의 운전도 중요하지만 도로 위 다른 운전자들의 양보와 배려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고령 운전자를 표현한 ‘실버 마크’가 익살스럽다. 상황 인지 능력이나 신체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일수록 사고 위험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 사고를 막기 위해선 본인의 주의 운전도 중요하지만 도로 위 다른 운전자들의 양보와 배려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고령 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의 실버 마크를 제작해 배포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고령 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의 실버 마크를 제작해 배포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마음만은 언제나 청춘이라는 고령 운전자 차량의 실버 마크에 다른 운전자의 양보를 요청하는 문구가 함께 쓰여 있다.
마음만은 언제나 청춘이라는 고령 운전자 차량의 실버 마크에 다른 운전자의 양보를 요청하는 문구가 함께 쓰여 있다.

“유독 느긋한 앞 차 때문에 짜증이 폭발하기 직전 뒷유리에 부착된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노인 운전’ ‘왕년엔 쌩쌩했쥬~’ 고령 운전자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그림과 문구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한편으론 배려와 양보를 요청하는 교통 약자의 절실한 메시지도 가슴에 와 닿았다.” 직장인 김승현(41)씨의 경험담이다. 

지난 여름 부모님 자동차에 ‘꽃할배 운전 중’ 스티커를 붙인 최모(34)씨는 “뉴스에 노인 운전자 사고 소식이 나올 때마다 불안불안했는데 이 스티커를 붙여 드린 다음부턴 차들이 덜 빵빵거리는 것 같아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인지 능력과 신체 기능이 떨어지므로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왕년’의 운전 경력을 과신하기 보다 이 같은 ‘실버 마크’를 달고 서행하는 것이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나이 들면 운전실력도 뒷걸음질

젊은 운전자들의 배려ㆍ양보 절실

‘실버 마크 달고 서행’ 사고예방 효과

최씨의 우려대로 국내 고령 운전자 사고는 갈수록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에서 고령 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2013년 8.2%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11.1%를 기록했다. 그로 인한 사망자 수도 2011년 605명에서 2016년 759명으로 25.5%나 증가했다. 고령 보행자 사고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발생한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의 50.5%가 65세 이상 고령자였고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망자 중에선 57.6%에 달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7 어르신교통사고 ZERO’ 캠페인에서 내빈들이 양보와 배려를 강조하는 메시지 보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7 어르신교통사고 ZERO’ 캠페인에서 내빈들이 양보와 배려를 강조하는 메시지 보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캠페인에 참가한 노인들이 음주 시뮬레이터를 통해 음주운전을 체험하고 있다.
캠페인에 참가한 노인들이 음주 시뮬레이터를 통해 음주운전을 체험하고 있다.
한 참가자가 인지지각 검사를 통해 거리 지각 능력과 주의 지속력을 진단하고 있다.
한 참가자가 인지지각 검사를 통해 거리 지각 능력과 주의 지속력을 진단하고 있다.
어르신 생활 체험을 하고 있는 캠페인 참가자.
어르신 생활 체험을 하고 있는 캠페인 참가자.
도로교통공단이 제시하는 ‘어르신 안전운전 5계명’
도로교통공단이 제시하는 ‘어르신 안전운전 5계명’

고령 운전자 사고는 상황 인지 및 예측 능력, 신체 기능의 감퇴를 자각하지 못하고 과거 습관대로 운전을 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로교통공단은 운전 습관 개선을 위한 ‘어르신 안전운전 5계명’을 통해 ①앞 차와의 거리를 넉넉하게 유지하고 ②야간 및 장거리 운전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③시력검사 등 정기적인 건강 점검과 함께 ④운전 시 시야를 넓게 확보하고 ⑤복잡한 도로를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각에서 일정 나이 이상은 운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으나 그보다 사회적 관심 제고와 정책 및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은 75세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적성검사 주기를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인지기능 검사를 포함한 교통안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75세 이상 면허 적성검사 주기

5년에서 3년으로 단축 추진

고령자 교통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도로교통공단은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2017 어르신 교통사고 ZERO(제로)’ 캠페인을 개최했다. 행사에 참가한 노인들은 횡단보도 안전하게 건너기, 음주 시뮬레이터, VR 체험, 치매 컨설팅을 체험하고 인지기능, 지각검사를 통해 자신의 운전 능력을 진단했다. 운전 경력 48년의 택시기사 조만영(69)씨는 인지기능 검사 결과가 ‘위험’ 수준으로 나오자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순발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사고 예방을 위해 규정 속도를 지키고 안전운전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말했다. 

캠페인 통해 사회적 관심 유도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도

고령 운전자 스스로 ‘운전 졸업’을 선택하면 사고 위험으로부터 보다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날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한 전선자(75)씨는 “언제부턴가 눈이 침침하고 청각도 떨어져서 불안하던 차에 아이들도 운전을 만류해 자연스럽게 핸들을 놓게 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더 속 편하다”고 말했다. 정순도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어르신 교통사고에 대한 심각성을 환기시키고 어르신을 배려하는 교통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박미소 인턴기자

캠페인에 참가한 조만영(69ㆍ오른쪽)씨가 도로교통공단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신의 운전 능력 및 유형을 진단하는 인지기능 검사를 받고 있다.
캠페인에 참가한 조만영(69ㆍ오른쪽)씨가 도로교통공단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신의 운전 능력 및 유형을 진단하는 인지기능 검사를 받고 있다.
이날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한 전선자(75ㆍ왼쪽), 최정자(73)씨가 면허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한 전선자(75ㆍ왼쪽), 최정자(73)씨가 면허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캠페인 참가자들이 ‘배려’ ‘양보’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 깃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캠페인 참가자들이 ‘배려’ ‘양보’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 깃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캠페인 참가자들이 고령자 교통사고를 줄이자는 의미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캠페인 참가자들이 고령자 교통사고를 줄이자는 의미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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