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기고] 미얀마의 한국문화 사랑과 ‘주몽 외교’

알림

[기고] 미얀마의 한국문화 사랑과 ‘주몽 외교’

입력
2018.07.22 18:00
0 0

7월 19일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의 부친이자 미얀마 독립 영웅인 아웅산 장군이 암살된 날을 기리는 미얀마 순교자의 날이었다. 수치 고문은 2월 필자와의 첫 대면에서 초기 한류 스타인 모 연예인이 자신의 부친인 아웅산 장군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미얀마 국민들의 한국 문화 사랑은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뜨겁다. 올 1월 중순 미얀마에 부임한 이후 수치 고문, 윈 민 대통령과 연방정부 장관들을 만날 때면 빠짐없이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에 대한 미얀마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먼저 화제로 삼았을 정도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젊은이의 한국어 솜씨에 놀라서 물어보니 한국 드라마야말로 최고의 한국 교재라고 대답해 깊은 인상을 받은 적도 있다.

미얀마의 경우 아시아 국가들의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데, 그 중 한국 드라마는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편성되어 있다. 한 미얀마 지인은 저녁 시간이면 가족들이 한국 드라마에 빠져 자신은 다른 채널을 선택할 수 없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하였다.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간 양곤, 만달레이, 네피도 등 미얀마를 대표하는 3개 도시에서 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의 공연이 개최되었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한국의 전통공연을 통한 문화외교를 넘어, 미얀마 독립 70주년을 맞아 ‘양 국민간 마음을 잇는’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이번 제주공연단의 공연지 중 하나였던 만달레이는 미얀마 역사상 마지막 왕조의 수도였던 곳으로서 그 만큼 역사적, 문화적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다. 만달레이 공연에 주빈으로 참석한 조민마웅 주지사는 축사에서 ‘주몽 디플로머시(외교)’라는 표현을 쓰면서 드라마와 음악 등 한국 문화에 대한 미얀마 국민들의 사랑이 한-미얀마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해주는 촉매라고 하였다. 주몽 디플로머시가 결코 과언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번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 미얀마 수도 네피도 공연에서 재차 확인되었다. 평일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부통령, 군 부총사령관, 그리고 7개 부처 연방장관이 참석하는 등 미얀마 최대 국제행사장의 3층 객석까지 가득 채워졌다.

이번 전통무용단 공연은 이미 미얀마 국민들 마음 깊숙이 자리잡은 한국 드라마와 최근 미국 빌보드 200에서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으로 대변되는 케이팝(K-pop) 이외에도 한국 문화가 얼마나 다양하고 깊이가 있는지 그 진수를 보여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많은 아세안 국가들이 그렇지만, 특히 미얀마는 한국과 역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수많은 도전을 극복하고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룬 한국을 매력적인 협력 파트너로 여긴다.

오랜 군부 통치를 종식하고 2016년 신정부가 출범한 미얀마는 현재 가장 중요한 전환기에 처해 있다. 로힝야족 거주지역인 라카인 문제는 물론, 135개 다민족으로 구성된 미얀마 연방의 평화 프로세스, 경제 개발 등 산적한 도전들을 안고 있는 미얀마는 국민 통합과 결속력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미얀마 정부는 최근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는 항구적 평화 정착을 향한 엄청난 진전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스포츠와 문화라는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국제무대에서 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음악과 춤은 세계 공통 언어이자, 다름을 같음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상상키 어려운 결속력을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힘을 갖고 있다. 이번 제주 공연은 한국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공공문화외교를 통한 ‘사람을 중심에 두는 파트너십’이 얼마나 커다란, 그리고 우리 경쟁국들과 차별화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계기였다.

이상화 주(駐)미얀마 한국대사

이상화 주미얀마 한국대사. 외교부 제공
이상화 주미얀마 한국대사. 외교부 제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