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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위하여'…몸 바치고 시간 바치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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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위하여'…몸 바치고 시간 바치는 대학생들

입력
2014.07.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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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맞아 무급인턴 또 기승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하는 김인후(24ㆍ가명)씨는 지난달 여행사 모두투어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오전 9시~오후 6시 하루 8시간, 주 40시간(5일) 근무에 김씨가 받은 임금은 0원. 하루 1만원인 교통비와 점심식사비는 인턴이 끝난 이후에 받기로 해 김씨는 근무 기간 내내 모아둔 용돈으로 생활해야 했다. 김씨는 “애초에 무급인 걸 알면서도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으려고 지원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면서도 “원하던 일을 경험했으니, 비슷한 직종의 무급인턴에는 다시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투어측은 당초 “무급인턴은 없다”고 했다가 김씨의 근무 사실을 확인하자 “산학 협력프로그램의 실습생을 모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여름방학을 맞아 일부 기업과 공공기관이 보수를 주지 않는 ‘무급인턴’을 모집해 비판이 일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턴 근무경험이 취업 전 필수코스로 자리잡았지만, 기업들은 ‘스펙 제공’을 미끼로 청년들의 노동을 착취한다는 지적이다.

16일 각종 취업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무급인턴 모집공고는 10여건에 이른다. 모집기관도 기후변화센터 등 시민단체, 기아자동차 호주법인 등 대기업, 국회의원실 등 다양하다.

시민단체들은 ‘인턴 프로그램’이란 명목으로 교육생을 모집하거나, 봉사 수료증을 발급하고 있다. 인턴 근무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임금을 줘야 하지만 교육생 또는 자원봉사자로 분류되면 무급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경운동단체인 기후변화센터는 8~11월 근무할 교육사업 무급인턴을 모집중이다. 한빛장나라 기후변화센터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유급인턴으로 전환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후원금으로만 유지되는 단체라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해 무급인턴을 모집, 하루 식비 7,000원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문화홍보원과 ICY국제청년센터 등도 2~3개월간 일할 온라인 홍보담당자를 무급인턴으로 모집하며 ‘봉사수료증’, ‘서포터즈 수료증’ 등을 발급한다고 명시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기업과 외국계기업은 주로 해외법인 사업에서 무급 인턴을 모집하고 있다. 해외 무급 인턴은 임금 없이 현지 체류비와 항공료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조건인데도 학생들이 몰린다.

기아자동차, 혼다, 토요타의 호주법인은 시장동향보고와 통계자료 정리 등을 담당할 전일제 사무직 인턴을 무급으로 모집하고 있다. 대학생 해외취업을 주선하는 G업체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단순노무직이 아닌 사무직 인턴 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급인데다 본인 비용 부담이 큰데도 지원자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태훈(25)씨는 “당장 어떤 일을 할지 모르지만, 해외 인턴 경험을 이력서에 한 줄이라고 적고 싶어서 무급인 걸 알면서도 지원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해외 법인의 무급 인턴 고용은 국내 법인과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기아차와 토요타 관계자는 “해외법인은 한국 법인과 별도로 운영돼 국내 인턴 채용규정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중국법인의 사무직 무급인턴 채용 공고에 대해 “중국 내 작은 사업장이 워낙 많아 파악이 어렵다”고 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인턴은 매년 50만명 이상 채용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무급 인턴은 몇 명인지 집계조차 안 된다”면서 “교육과 노동의 범위를 정확히 정해 법에 명시하고 노동력을 조금이라도 활용한다면 인턴에게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김하나 인턴기자(서울여대 국어국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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