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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보다 더 짧은 소설, 부담 없이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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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보다 더 짧은 소설, 부담 없이 읽으세요"

입력
2017.02.0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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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씨는 엽편소설과 단편소설의 차이에 대해 “작가 입장에서 엽편소설은 단편에서 시간성이 사라지고 이미지와 상황만 남게 되더라”며 “독자 입장에서 엽편소설 가독성이 확실히 높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김솔씨는 엽편소설과 단편소설의 차이에 대해 “작가 입장에서 엽편소설은 단편에서 시간성이 사라지고 이미지와 상황만 남게 되더라”며 “독자 입장에서 엽편소설 가독성이 확실히 높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엽편소설. 200자 원고지 4,5매에서 길어도 20매를 넘지 않는, 단편소설보다도 짧은 소설을 가리키는 이 말은 우리 문학에서 박제된 용어였다. 1960년대 황순원 조세희 허윤식 등이 간헐적으로 엽편소설을 쓴 적은 있지만, 글자 그대로 ‘나뭇잎 넓이’ 정도에 담은 ‘완결된 이야기’는 가볍고 일상적이라서 대중적 소구와 별개로 ‘언어 미학’과 ‘사유의 깊이’를 추구하는 국내 순문학계에서 큰 시장을 이루진 못했다.

소설가 김솔(44)이 등단 전후 10년 간 쓴 엽편소설 36편을 묶어 펴낸 ‘망상,어’(문학동네)는 가깝게는 이외수와 성석제에서 끊어진 엽편소설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에서 반가운 책이다. 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김씨는 “길어도 10쪽을 넘지 않아 ‘지하철용’으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회사 생활이랑 창작을 병행하려니까 긴 글쓰기가 힘들더라고요. 출근 시간에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하루 종일 고민해서 자기 전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글이거든요. 또 하나는 제 글이 문장이 길어 ‘어렵다’는 감상 평을 들어서 ‘어떻게 하면 읽히는 글을 쓸까’란 고민에서 엽편소설 쓰기를 시작했죠.”

2000년대 후반 습작기 때부터 지난해 말까지 ‘세계의 믿지 못할 이야기’들을 몽환적인 문장들로 풀어냈다. 작가 자신이 오랜 직장 생활과 외국 생활에서 경험한 생경한 이야기들이 속도감 있게 그린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접한 믿기 힘든 이야기에 상상을 덧붙인 작품도 있다. 트지 못한 방귀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 가고 신경안정제까지 복용해야 했던 아내(‘방귀’),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내를 죽인 사내와 재즈 바에서 춤을 추어야 하는 남자(‘춤추는 남자’),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전자발찌를 드러내 보여야 하는 남자(‘의심’) 등 “글로벌 이야기꾼”(문학평론가 신수정)의 면모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는 책은 부인 박순용(41)씨가 각 작품에 맞춰 일러스트를 그려 김씨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다. 대학에서 만화를,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던 박씨는 2009년 결혼 후 8년 만에 남편 책을 만들며 다시 펜을 들었다.

김씨의 본업은 대기업 굴착기 엔지니어. 평일 새벽 3시에 일어나 6시 30분 집을 나설 때까지 글을 쓰고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는, 말하자면 ‘새벽형’ 글쟁이다.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망상,어’를 포함해 소설집 두 권을 내고 장편소설 3편을 썼다. 웬만한 전업 작가보다 탁월한 생산성을 자랑하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등단 전 써둔 소설이 40~50편”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직 20편 정도가 남았단다. “다듬어 세상에 낼 수 있는 작품은 5~6편 쯤 될 거에요. ‘망상, 어’ 맨 앞에 실린 ‘교환’이란 작품은 제 직장 동료 얘기인데 이렇게 일상에서 새로 얻는 소재도 많죠. 등단 때 ‘소설가로 생활이 가능할 때까지 10년은 계속 직장을 다닐 거’라고 말했는데 앞으로도 10년 더 다녀야 할 거 같아요.”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김솔의 엽편소설집 '망상,어' 표지. 문학동네 제공
김솔의 엽편소설집 '망상,어' 표지.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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