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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초에 숨은 테크닉, 42개 메달밭 색깔을 바꾼다

입력
2018.01.29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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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 날 부츠와 분리되며

마찰 줄이는 클랩 스케이트

ㄱ자로 디자인된 유니폼은

저항 최소화 해 성적 80% 좌우

국가별 첨단 과학기술 각축장

신설된 순위 경기 매스스타트

쇼트트랙 강국인 한국에 유리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 기대주인 이상화가 2017년 10월 태릉 빙상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 기대주인 이상화가 2017년 10월 태릉 빙상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선 직전, 스케이트화를 벗고 경기를 준비 중이던 이상화(29ㆍ스포츠토토)의 ‘샛노란’ 발바닥이 카메라에 잡혔다. 딱딱한 스케이트화를 신고 매일같이 빙판을 달리다 생긴 물집과 굳은살은 물론, 스케이트 날에 베여 30바늘이나 꿰맨 흉터까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투지와 노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발바닥이었다. 그 이상화의 ‘황금 발’이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 번째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걸린 메달만 42개, 우리에겐 이상화ㆍ이승훈

국민들에게 ‘효자 종목’으로 친숙한 스피드스케이팅은 순위 싸움인 쇼트트랙과 달리 기록 싸움이다. 400m 트랙을 선수 두 명이 코스를 바꿔가며 함께 돈 뒤, 최종 시간 기록으로 메달 색깔이 정해진다. 같은 조 상대보다 먼저 들어오는 것보다는 자신이 가진 기록 자체를 줄여 상위권을 차지하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이 0.01초라도 더 빨리 들어오기 위해 한 쪽 발을 앞으로 내밀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이유다.

매스스타트 종목이 새로 신설되면서 남ㆍ녀 각 7개씩 총 14개 종목으로, 동계올림픽 종목 중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 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역대 최다인 총 27개국이 경기에 나서며, 네덜란드와 캐나다가 각 남녀 10명으로 가장 많은 선수를 내보낸다. 우리나라는 남자 선수 8명, 여자 선수 7명이 출전권을 받았다.

전통적으로 네덜란드가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나, 이상화ㆍ이승훈(30ㆍ대한항공)ㆍ모태범(29ㆍ대한항공) 등 금메달리스트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특히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소치올림픽에서도 여자 500m 금메달을 따낸 이상화는 이 종목 세계신기록 1위(36.36초)부터 4위(36.80초)까지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과학이 집약된 경기복과 스케이트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선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선수들이 경기복 지퍼를 배꼽까지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허리를 굽힌 모양인 기역(ㄱ)자로 디자인되고, 일반인들이 입으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몸에 딱 맞게 제작하기 때문이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갈리기도 하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경기복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유니폼이 선수들 성적의 80%를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단순한 ‘쫄쫄이’로 보이는 경기복 곳곳에는 첨단 과학이 숨어있다. 골프공처럼 미세한 홈이 파인 표면은 공기 저항을 흐트러뜨려 속도를 올리고, 마찰이 잦은 허벅지 사이 부분은 특수 소재로 만들어져 선수를 보호한다. 날카로운 스케이트날에 다치기 쉬워 방탄 소재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방탄 기능이 높아질수록 경기복이 무거워져 국가마다 필요한 기능을 선택해 경기복을 특수 제작한다.

직선 코스가 중요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대부분 뒤쪽 날이 부츠와 분리되는 ‘클랩(Clap) 스케이트’를 신는다.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당시 네덜란드 선수들이 신고 나와 금메달 5개를 휩쓴 이후 빙판 ‘대세’가 됐다. 발꿈치를 들어도 날이 빙판에 오랫동안 붙어있어 마찰은 줄고 가속도는 높아지는 게 특징이다. 빙판을 지칠 때마다 나는 소리가 박수 소리처럼 들린다고 해 클랩 스케이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스케이트 위로 드러난 발목은 맨 살인 경우가 많다. 양말을 신으면 발과 부츠 사이 미세한 미끄러짐이 생겨 기록 손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스케이트화는 석고로 선수의 발을 본떠 제작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신발이다. 카본 등 딱딱한 소재를 써 부상을 방지하고, 발을 잡아준다.

새로운 관전포인트, 매스스타트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의 특성을 합친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이다. 레인 구분 없이 자리 싸움을 하는 순위 경기다. 아웃코스와 인코스는 물론 평창만의 ‘5m 폭’ 웜업레인까지 사용하며, 최대 24명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트랙 16바퀴(6400m)를 도는 종목이다. 4ㆍ8ㆍ12바퀴째에는 1등부터 3등까지 각각 5ㆍ3ㆍ1점을 부여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차례대로 60ㆍ40ㆍ20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마지막 바퀴가 가장 중요하다. 더 가파른 곡선주로를 돌면서 자리싸움까지 해야 하는 만큼,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선수가 많은 우리나라가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장거리인 만큼 나라별 전략이 중요한데, 우리나라 남자 매스스타트의 경우 이승훈 선수를 중심으로 ‘막판 스퍼트’ 전략을 구사한다. 다른 선수 뒤에 바짝 붙어 체력을 비축했다가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두고 순식간에 1위로 치고 나가는 전략이다. 그러나 때로는 경기 초ㆍ중반부터 치고 나간 그룹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12월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월드컵 3차 대회에서 이승훈이 13위에 그친 것도 막판 스퍼트 전략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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