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진하 기자

정준호 기자

등록 : 2015.12.21 20:00
수정 : 2015.12.25 04:34

기부금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깜깜... 뭘 믿고 기부하나요

등록 : 2015.12.21 20:00
수정 : 2015.12.25 04:34

게티이미지뱅크

조사대상

조사대상/2015-12-24(한국일보)

100점 만점 평가에 평균 53점

단체 홈피·국세청 공시도 '깜깜이'

"스임새 많고 인력 부족" 해명 뿐

종교 관련 법인 5곳 최하위 등급

재무현황 요약 부문은 모두 0점

승가원은 전체 순위 4위로 양호

올해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 김유빈(25ㆍ가명)씨는 첫 월급의 일부를 좋은 일에 쓰고 싶다는 생각에 TV에서 자주 봤던 해외 구호단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아프리카 어린이에 대한 식량과 의료지원부터 교육 및 주거환경 개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호사업 중 자신의 기부금이 어디에 쓰일지 먼저 알아보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홈페이지에는 지출내역에 ‘개발도상국 지원’같이 아주 간단한 설명이 금액과 함께 게시돼 있을 뿐이었다. 홈페이지를 구석구석 뒤져 연차보고서를 찾은 끝에 추가로 알게 된 내용도 지난해 각 사업 수혜를 받은 인원 수 정도였다.

기부자들은 기부단체가 모금한 기부금액의 쓰임새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를 바란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나눔과정 윤리성과 투명성 요구’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부단체ㆍ기관의 회계결산서 공개 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으로 ‘기부금 사용내역(세부 기부 사업별)’이 56.3%, ‘기부금 사용처(시설, 단체, 개인)’가 25.8%로 1, 2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기부금 사용에 대한 정보공개 요구는 크지만, 김씨 같은 기부자들에게 기부금 사용처와 단체 활동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는 단체는 매우 드물다.

한국일보는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ㆍ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지난해 기부 모금액 30억원 이상 45개 단체의 ‘투명성’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53.4점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45개 단체 홈페이지의 ▦기본 정보공개 성실성 ▦재무보고서 접근성 ▦재무현황 요약표 ▦이사회 정보 ▦감사 정보 등 5개 지표를 확정해 총 100점 만점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단체별 국세청 공시자료의 성실도를 5개 지표로 평가(-10점)하고 최근 1년 내 형사사건 입건 등 부정적 기사 여부(-5점)를 반영해 감점한 뒤 최종 점수와 함께 A부터 F까지 등급(15점 간격)을 부여했다.

구체적인 지출내역은 국세청 공시도 홈페이지도 깜깜이

‘지급목적: 국내아동권리지원사업 외, 지급건수: 1, 대표 지급처명: 국내 좋은마음센터 사업장 외’

아동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단법인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이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국내사업 기부금 지출 명세서에 나오는 월별 내역이다. 이렇게만 봐선 어떤 명목으로 누구에게 얼마나 도움을 줬는지 쉽게 알 수가 없다. 한술 더 떠 이 단체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 기부금 지출내역을 위와 똑같은 내용으로 12번이나 반복해 기입했다. 내용이 부실한 것은 물론이고 성의도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은 투명성 평가에서 D등급(48.5점)으로 평가됐다. 이 단체는 본보가 취재에 들어간 후인 지난 18일 지급목적을 월별로 ‘국내전문복지 및 아동권리지원사업’, ‘사회개발교육사업’, ‘캠페인사업비’ 등 5개로 세분화해 기입한 뒤 재공시했다.

현재 국세청은 기부금 지출 명세서 작성시 구체적인 지급목적과 대표 지급처를 적도록 하고 연간 1,000만원 이상 지급한 단체의 경우 수혜인원과 금액까지 별도로 적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기부단체들은 왜 이렇게 정보공개에 인색한 것일까. 이에 대해 기부금 규모가 큰 단체들은 “모든 내용을 기록하기에는 쓰임새가 너무나 많다”고, 이보다 몸집이 적은 군소단체들은 “전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이번 조사에서 D등급(46.2점)을 받은 구세군 복지재단 관계자는 “국세청뿐만 아니라 세무서와 구청에도 관련 내용을 보고하는데 일이 중복되다 보니 제대로 기입하지 못했다”며 “기부금품과 후원금을 다 같이 공시에 올리다 보니 일일이 그 내용을 쓰기엔 분량이 너무 많다”고 해명했다.

종교 관련 법인들 특히 점수 낮아

이번 조사에서 최하위 등급인 F를 받은 단체 10곳 중 5곳은 종교 관련 법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독봉사회(-4점), 마리아수녀회(-1점), 한국기독교청년회전국연맹유지재단(2점), 사회복지법인기독교대한감리회(6.7점)는 홈페이지 정보접근 여부와 국세청 공시 여부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일부 큰 단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단체들이 기부금 모집과 후원 방법은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반면 공개된 기부금의 사용내역은 상세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종교 관련 단체는 공개된 정보의 양이 현저히 적어 매우 폐쇄적인 경향을 보였다”고 평했다.

종교 관련 법인들은 홈페이지의 재무현황 요약 부문에서 20점 만점에 모두 0점으로 평가됐다. 기부금을 포함한 법인 수입과 지출 현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기독교청년회전국연맹유지재단은 홈페이지에 재무보고서나 지출 현황은 물론 이사회 구조 및 내ㆍ외부 감사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전국 66개 지부에서 회원비를 받고 있고 매년 총회를 개최해 결산내역을 회원들에게 공개한다”며 “이와 함께 국세청 공시를 통해 기본 자료를 신고하고 있어 홈페이지에는 굳이 자료를 올리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일부 종교 관련 법인들은 전문인력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홈페이지가 아예 없었던 기독봉사회의 경우 “모든 행정 인력을 자원봉사자로 구성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마리아수녀회는 “재단법인 홈페이지는 따로 없지만 수녀회 차원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소액의 기부금품까지 사용처를 따로 밝히고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비슷한 기부금 규모에 같은 종교재단이어도 높은 점수를 받은 곳도 있다. 사회복지법인 승가원은 홈페이지 정보공개 성실성 19.7점, 자체결산서 접근성 10점, 재무현황 공개 16.5점 등 총점 77.5점을 받아 전체 45개 조사대상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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