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에 “안녕하십니까” 인사 등
첫날보다 적극적 모습 서울 누벼
국립극장ㆍ장충체육관 등 점검
“마스크 쓴 사람 왜 많죠” 관심도
정부, 공개 영상 상당부분 편집
“시설 점검만 충실한대서…” 해명
22일 방남 이틀째를 맞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에 대한 우리 측 대접은 사실상 국빈급에 가까웠다. 점검단 전용 KTX를 임시 배차해 일반 승객과 접촉을 막았고, 취재 제한도 여전했다. 현 단장은 삼엄한 경호 속에서 전날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둘째 날 일정을 소화했다.
전날에 이어 빠듯한 일정은 계속됐다. 전날 특급호텔인 강릉 스카이베이 경포호텔 19층을 통째로 빌려 하루를 머문 현 단장 일행은 오전 8시50분 호텔을 떠나며 이날 일정을 시작했다. 강릉역에서 점검단을 태운 KTX는 오전 11시 5분 서울역에 도착했다. 우리 측은 점검단 전용 KTX를 특별 배차했고, 3호 차량에만 현 단장 일행을 태운 채 나머지 차량은 비워두었다. 일반 시민과의 접촉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측 수행원은 현 단장 일행이 탑승한 차량 의 블라인드를 내리며 노출을 최대한 막았다. 우리 측 경호진은 전날도 “(현 단장이) 불편해하신다”며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구성한 기자단의 정당한 취재를 제한해 논란이 일었다.
이날 정부가 공개한 영상 속에선 현 단장 모습이 상당부분 잘려 있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사전점검단이 시설 점검에만 충실하고 싶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전달해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예술단 사전점검단 방한을 이유 설명 없이 전격 취소했다가 재개한 이유에 대해서도 정부 측은 특별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 단장은 서울에 도착해 잠실롯데호텔 중식당에서 오찬을 가진 이후 오후 1시8분부터 3시23분까지 2시간15분 동안 서울시교육청학생체육관(잠실학생체육관), 장충체육관, 국립극장을 차례로 둘러봤다. 전날 방문했던 강릉 시내 공연장 후보지까지 총 5곳의 점검을 마친 셈이다.
삼엄한 경호 속에서도 현 단장은 전날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강릉역에서 북한 측 사전점검단에 환호하는 시민들을 보며 우리 측 관계자에게 “강릉 시민들이 이렇게 환영해주는 걸 보니, 공연을 성과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TX 탑승 후에는 “왜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으냐”고 물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때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미소로 화답했고, 취재진에겐 처음으로 “안녕하십니까”라고 말했다.
현 단장 일행은 잠실학생체육관과 장충체육관을 각각 15분씩 점검했다. 통일부가 촬영, 배포한 영상 속에서 현 단장은 시설 관계자 설명을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장충체육관에서는 관계자가 “차가 금방 들어오니 한 잔 하시고 설명 드리겠다”고 하자, 현 단장이 “일 없습니다. 설명해주십시오”라고 답해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점검단은 이어 방문한국립극장에서는 약 1시간20분간 해오름극장의 무대와 조명, 음향 등을 두루 점검했다. 국립극장은 지난 1985년과 1990년 북한예술단이 공연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현 단장이 이 자리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까, 관현악 음악으로”라고 요청하자, 우리 측은 관현악 편곡된 아리랑을 약 1분30초간 재생했고, 현 단장이 “됐다”고 하자 중단했다.
3시 20분쯤 환한 얼굴로 국립극장을 나온 현 단장 일행은 워커힐호텔로 이동, 정부합동지원단이 주재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옷차림은 전날과 비슷했다. 검은 계열 코트에 풍성한 털목도리, 팥죽색 가방 등을 그대로 착용했다. 만찬을 마친 뒤 오후 8시 32분경 남북출입사무소(CIQ)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 점검단은 오후 9시 47분 CIQ에 도착했다. 현 단장은 9시 53분 출경하며 취재진을 향해 왼손을 살짝 들어 보이는 등 마지막까지 여유를 잃지 않았다. 평창올림픽 관련 북측 대표단의 첫 방남은 약 37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정부는 ‘평화올림픽, 평창에서 만나요’라는 문구의 전광판으로 환송했다.
서울ㆍ강릉=신은별 기자ㆍ통일부 공동취재단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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