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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자탄 투하 수준의 인적쇄신 각오해야”

입력
2018.06.22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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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태 “보수 아닌 한국당 심판” 佛 올랑드 한계 때 마크롱 등용 젊은 인재 발굴해 당 재건해야 ‘김정은 정권 부정이 정의’ 생각 더는 안 통해… 시대 바뀌었다 # 김세연 “주류 독선 더는 안 돼” 인적 구성이 가장 본질적 문제 전원 불출마 선언 얘기까지… 안보ㆍ경제관 1970ㆍ80년대 수준 보수 가치부터 재정립해야
김용태(왼쪽)ㆍ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담을 갖고 지방선거 이후 보수의 과제와 미래에 대해 소신을 밝히고 있다. 배우한 기자
김용태(왼쪽)ㆍ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담을 갖고 지방선거 이후 보수의 과제와 미래에 대해 소신을 밝히고 있다. 배우한 기자

6ㆍ13 지방선거와 재보선 참패 이후 자유한국당의 미래가 안갯속이다. 보수야권을 대표하는 한국당의 몰락에 보수진영 전체가 갈 길을 잃은 모양새다. 하지만 수습에 나선 한국당은 지금 주도권을 놓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세력간 투쟁이 처절하다. 말로는 쇄신을 외치지만 2년후 총선 공천을 생각하면 잠시 태풍만 피하고 나만 살면 된다는 보신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지만, 친박계와 비박계의 뿌리깊은 갈등이 새롭게 불붙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한국당 의원들은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까. 보수가 건강하게 살아나는 것도 결국 사람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한국일보는 18대 국회에 입성해 20대까지 내리 3선을 하며 당의 흥망성쇠를 눈으로 확인했던 ‘젊은 중진’, 김용태 김세연 의원을 지목해 질문을 던져봤다. 20일 국회에서 만난 두 의원은 가슴에 금배지를 떼고 있었다. 무거운 표정에 내내 고개를 낮췄고 말하는 순간순간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이들은 보수의 현실과 뼈아픈 자성, 한국당의 미래를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_6ㆍ13 지방선거 및 재보선 참패는 보수의 몰락인가 한국당의 몰락인가.

김용태 의원> “보수의 몰락이 아니라 한국당의 몰락이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에 대한 비교 평가가 아니라 철저하게 한국당만을 대상으로 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김세연 의원> “보수 몰락으로 보기 보다는 한국당의 심판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당은 그 동안의 과오에 대해 철저하게 심판 받은 것이다. 그간 반성이나 참회하지 않았던 정당의 말로가 드러난 것이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 배우한 기자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 배우한 기자

_그렇다면 한국당 몰락의 원인은 어느 지점에서부터 찾아야 하는가.

김용태 의원> “시대적 흐름과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오판하고 외면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우리 당의 정당민주주의가 질식돼 버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고 거기에 굴종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당의 생명이 사실상 끊어진 상태가 계속돼 온 것이다.”

김세연 의원> “상식의 결여다. 저는 이 당이 새누리당으로 바뀐 직후까지만 해도 괜찮은 중도보수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후 주류의 독선과 독주가 이어지면서 절차적 의견수렴 등 정당의 기본 기능이 상실됐다. 자아비판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은 ‘모리배 집단’이라고 해도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다.”

_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두 의원들은 바른정당이라는 일종의 쇄신 작업에 동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김용태 의원> “보수가치의 재정립을 바른정당에서 가능하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정당민주주의 사망에 대한 정말 끊임없는 싸움을 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뼈아픈 회환에 빠지게 된다. 다만 이제 저도 물러날 곳도 내려 놓을 것도 더 이상 없기 때문에 (향후 당의 미래를 재건해 가는 과정에서) 주저하거나 뒤를 돌아보지 않을 생각이다.”

김세연 의원> “한국당으로 다시 돌아올 때는 죽을 줄 알고 왔다. 현재 한국당 모습만 보면 이대로 존속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저와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는 동지들이 몰살 당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지금의 바른미래당은 바른정당과는 다른 당이라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겠다. 하지만 바른정당의 (보수개혁) 시도도 실패했기 때문에 이제 한국당은 토대와 구조물, 당원과 오랜 전통의 자산만 남기고 완벽하게 청산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도록 해야 한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배우한 기자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배우한 기자

_지금의 한국당 인적구성으로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보나.

김용태 의원> “결국 우리들 스스로 진로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내부에서 무엇을 해보려고 하면 지금보다 더 참담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진로와 운명을 국민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우리가 무엇을 할 명분과 동력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김세연 의원> “인적 구성이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맞다.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우리가 거듭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완벽한 인적 단절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당 내부에서는 전원 불출마 선언에 대해서도 계속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 상태로는 이런 가능성까지 심각히 검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중성자탄을 떨어뜨렸을 때 건물 손상 없이 생물체만 다 절멸시키는 그 정도 수준의 절연이 필요한 상황이다.”

_한국당이 반공과 경제성장이란 두 가지 이데올로기에 함몰돼 있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시대변화에 맞는 가치나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않나. 이젠 보수정당이 배타성을 버리고 국민정서나 관심사를 따라가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김용태 의원> “우리가 진정한 보수였다면 시장경제 수호자로서 사명을 자각하고 실천으로 이어졌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약했다. 안보 문제도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하나의 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만 존재한다고 본다. 하지만 그간 우리 당은 북한을 소멸시켜야만 하는 적으로만 인식했다. 냉혹하게 보수의 신안보가치가 지향해야 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재검토해야 한다.”

김세연 의원> “반공이나 성장의 가치에 매몰돼 있었다는 것은 결국 그간 보수정당의 게으름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안보나 경제 문제에 대한 인식이 70년대나 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안보 문제만 해도 본질이 바뀐 건 아니고, 바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인데 이런 현실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대응 없이 자기만족에 빠져 있었던 것이라 본다.”

G7 정상회담 참석차 퀘백을 방문한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7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퀘백=EPA 연합뉴스
G7 정상회담 참석차 퀘백을 방문한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7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퀘백=EPA 연합뉴스

_현재의 보수진영 리더들이 그간 보수 우위의 한국에서 쉽게 정치를 했다는 지적이 있다. 때문에 지금 같은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김용태 의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처럼 사회주의적 전통과 평등주의적 사고가 충만한 나라가 없다. 그런 프랑스에서 사회주의와 평등주의 정책을 펴나가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한계에 봉착하자 등용된 사람이 마크롱 대통령이다. 프랑스 개조에 찬성하는 수 많은 젊은 사람들과 다양한 직업군이 만든 당에서 나온 대통령이다. 우리도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제시한다면 지금보다 더 능력 있는 젊은 리더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김세연 의원> “완벽한 인적 청산 작업이 이뤄지면 그 빈 공간에 한국당의 그간의 행태에 분노해 지지를 거뒀던 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한다. 전제는 파격적 단절이다. 그 작업이 이뤄지면 기존 정당들하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새로운 능력자들이 합류해 당의 미래를 재건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_영국 보수당은 ‘보수대학살’로 회자되는 1945년 선거 패배 후 정권을 되찾기까지 6년이 걸렸다. 1997년 선거 참패 이후에도 재집권에 성공하기까지 13년이 걸렸다. 한국당이 바로서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 같나. 그 기간을 좌우하는 변수는 무엇인가.

김용태 의원> “우리가 어떻게 변화하고 행동하는 지에 달려있다. 걱정되는 건 상대방의 실수를 기다려 이를 반전의 기회라 삼으려고 하는 기류다. 만약 한달 후 총선을 치른다면 112석 중에 과연 몇 석이냐 건지겠느냐. 그럼 당이 소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세연 의원> “정당과 국민의 관점이 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당 내부적 관점에서 보면 근본적인 대책과 완벽한 인적 청산 없이 단기간 내 회생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안 좋은 모습에 미련을 갖고 정치생명이나 연장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 시간을 더 길어질 것이다. 국민들 관점에서 현 집권여당이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그에 대한 반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준비가 돼 있는지 계속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가야 한다.”

17일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 '제헌, 국회개원 70주년' 기념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오대근 기자
17일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 '제헌, 국회개원 70주년' 기념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오대근 기자

_보수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가치를 세우고 가야 하나.

김용태 의원> “크게 역사적 경험과 세계적 추세, 구체적 사실이라는 준거 틀 안에서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경제체제와 합리적이고 생산적 복지 정책, 그리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야당으로 비판과 반대가 가장 중요한 데 그 핵심은 대안 마련에 있다. 안보 문제 역시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부정이 정의다라고 생각하는 부분. 이 자체가 가치나 목표가 되는데 이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 수단이 시대적 환경과 상황에 호응해서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김세연 의원> “한국당의 사명은 우선 재벌이나 관료, 심지어 노조에 이르기까지 거대 권력집단으로부터 시민 개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즉 개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잘 지키면서 공동체 전체의 유지를 위해 경제적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 또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북한에 우호적 입장을 취하는 세력들이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냉정하게 짚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근본적인 자유를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안보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본다.”

진행= 박석원 차장

정리=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이의재 인턴기자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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