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만삭 아내 뒤로 하고 6ㆍ25 참전... 66년 만에 돌아온 호국영웅

알림

만삭 아내 뒤로 하고 6ㆍ25 참전... 66년 만에 돌아온 호국영웅

입력
2017.10.24 15:52
28면
0 0
이학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이 24일 6·25전쟁 당시 노전평 전투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고 김창헌 일병의 부인 황용녀 씨의 경기도 성남 자택을 찾아 발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학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이 24일 6·25전쟁 당시 노전평 전투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고 김창헌 일병의 부인 황용녀 씨의 경기도 성남 자택을 찾아 발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삭의 아내를 뒤로 하고 6ㆍ25전쟁의 포화 속으로 몸을 내던진 호국영웅의 유해가 66년 만에 가족 품에 안겼다. 당시 뱃속에 있던 딸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평생을 살며 환갑을 훌쩍 넘겼고, 20대 후반의 꽃다운 나이에 남편을 떠나 보낸 백발의 아내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4일 6ㆍ25 당시 노전평 전투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고 김창헌 일병의 부인 황용녀(94)씨의 자택을 방문해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했다. 김창헌 일병은 1924년 경기 안성시 삼죽면에서 태어나 면사무소 직원으로 근무하다 1944년 결혼했다. 이어 한창 전쟁 중인 1951년 1월 28세의 나이로 자원 입대해 국군 8사단 10연대에 배치됐다. 같은 해 7월 휴전회담이 시작됐지만 공산군 측의 무성의로 회담이 지연되자 유엔군은 압박용으로 공격작전을 계속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시작된 노전평 전투에 8사단이 투입됐고, 강원 인제군 서화리 축선과 인접한 고지군을 점령해 북한군과의 쟁탈전이 지속됐다. 이어 노전평 2차 전투까지 벌어지면서 8사단은 포로 57명, 사살 983명의 전과를 올렸지만, 아군도 전사 90명, 부상 536명, 실종 17명의 큰 피해를 입었다. 김 일병은 이 과정에서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7월 강원 인제군 서화면 무명 900고지 일대에서 군번이 새겨진 인식표와 한자로 이름이 새겨진 도장, 버클 등 유품과 함께 발굴됐다. 김 일병의 아내는 "남편이 입대했을 때 임신 중이었고 남편도 임신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남편은 뱃속의 아이를 남자로 생각해 '김인석'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전쟁터로 떠났는데, 열흘 뒤에 딸이 태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이 지어준 소중한 이름을 바꿀 수 없어, 아들 이름이지만 딸이 그대로 썼다고 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