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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양성과 수능

입력
2018.01.07 14: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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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입시를 위한 첫 관문인 수학능력시험은 지진 때문에 예정보다 일주일 늦게 치러졌다. 수능 연기는 수능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언론에서는 지진 만큼이나 큰 비중으로 다루어졌다. 수능시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이렇듯 지대한 이유는 아마도, 이 시험 하나로 자녀가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이 결정될 뿐만 아니라 졸업 이후의 직장 선택, 더 나아가 삶 전반의 질까지도 결정된다고 보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녀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할 10년, 20년 후에도 단순히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만으로 통할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명사적 변화의 조짐에 잠깐만이라도 눈을 돌려보면 답은 자명하다.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단순 반복적이고 획일적인 일들은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하게 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 주기가 예전에 100년이었다면 이제는 10, 20년 정도로 짧아지고 있다. 직업과 관련된 대학 전공은 기술발전 주기가 100년일 때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러한 전공들은 기술 주기가 10, 20년으로 짧아진 미래 세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인터넷이 처음 보편화한 것이 고작 22년 전의 일이고 일상의 일부가 된 스마트폰은 처음 모습을 드러낸지 고작 10년이 되었다. 한편 평균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과거 30년 정도였던 근로 수명이 이제는 40, 50년으로 늘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자녀들 세대에는 일하며 사는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기술과 사회가 완전히 바뀌고 직업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세상에서는 대학도 뭔가를 새로이 배워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제도가 바뀌어 있어야 한다. 즉 유연성과 다양성이 인재양성 시스템을 비롯한 사회 전반을 관통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경직된 인재양성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은 아직 너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아직도 암기한 지식과 실수하지 않고 문제 푸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정도의 수능시험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다른 것들은 다 바뀌는데 교육은 아직까지 100년 전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까? 우리의 학제인 6-3-3-4 학제는 미국에서 1920년대 정립된 것이다. 이 제도에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8세에 수능시험을 치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고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또 다른 배움의 필요성을 느낄 때 대학에 들어가도록 하면 안 되는 걸까? 대학에서의 강의를 15, 16주 단위로 맞추어야 하는 것도 역시 100년 전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강의내용을 3, 4주 단위로 세분화하면 수강생의 학습 진도에 맞추어 스스로 전공을 설계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냉난방이 이미 보편화한 지금 여름과 겨울철에 방학기간을 2개월 남짓이나 실시하고 있는 것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과 함께, 우리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그렇지만 하나를 바꾸려면 다른 것이 걸리고 서로 난마처럼 얽혀있어 변화를 일구어내기가 쉽지 않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면, 그 조차도 하나의 제도로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방식 때문인 것은 아닐까?

중앙집중식 계획 하나로 모든 것이 통제되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진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 갈 마음이 있다면, 우리의 인재양성 시스템과 콘텐츠를 하루 빨리 변화시켜 가야 한다. 다양성과 유연성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대학입시를 이제는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부터 시도해 보자. 미래는 현재 속에서 잉태된다. 변화도 마찬가지다.

이우일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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