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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김무성 vs 유승민

입력
2017.09.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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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고비를 함께한 김무성과 유승민. 첫 줄부터 좌우 순으로,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 사무총장이던 김 의원과 대표 비서실장인 유 의원. 2015년 4월 당 대표와 원내대표였던 두 사람이 당 회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바른정당 창당 직후인 올해 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 이달 10일 바른정당 만찬에서 주위의 환호에 떼밀려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ㆍ연합뉴스
정치적 고비를 함께한 김무성과 유승민. 첫 줄부터 좌우 순으로,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 사무총장이던 김 의원과 대표 비서실장인 유 의원. 2015년 4월 당 대표와 원내대표였던 두 사람이 당 회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바른정당 창당 직후인 올해 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 이달 10일 바른정당 만찬에서 주위의 환호에 떼밀려 두 사람이 입을 맞추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ㆍ연합뉴스

김무성ㆍ유승민 두 의원의 입맞춤 사진을 본 대중의 반응은 한마디로 ‘뜨악’이었을 테다. 기자 역시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이건 아닌데’였다. 그런데 공개되지 않은 또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두 사람의 뽀뽀를 지켜보는 바른정당 의원과 당직자들한테 앵글을 맞춘 것이다.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댄 그들 얼굴엔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처럼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렇지, 그렇지, 그렇게 쭈욱~.’

입맞춤 사건의 기획자는 주호영 원내대표였다.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내 오늘 반드시 김무성ㆍ유승민 ‘러브샷’ 시키고 사진으로 남길 기다”라고 주위에 호언하더란다. 분위기에 떼밀려 일을 저지른 두 의원 모두 “내가 하려고 한 게 아니다”, “러브샷만 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왜 그랬을까. 그 대목에서 문득 ‘갈등(葛藤)’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참 독특한 인연이다.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 사무총장과 대표 비서실장으로 호흡을 맞춘 걸로 출발해, 2015년에는 대표와 원내대표로 새누리당의 ‘투톱’을 맡았다. ‘박근혜 탄핵’ 때 나란히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든 창당 주역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함께 가는 이들에게 불화설도 늘 동행했다는 사실이다. 투톱일 때는 양쪽 참모들이 약속이나 한 듯 “저쪽이 우리 욕하고 다니는 거 아는데” 노래를 불렀을 정도다.

하지만 현실은 얄궂었다. 매번 두 사람이 손 잡지 않으면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됐다. 지난해 말 새누리당을 나갈 결심을 한 김무성 의원은 유승민 의원을 집요하게 설득했다. 원내교섭단체라도 구성하려면 유 의원과 그를 따르는 의원들까지 동반 탈당해야 했다. 새로운 당을 만들면서도 두 사람은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김 의원에게 신당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끌어와 종국에는 ‘반문(재인)연대’ 구도를 만들려는 마중물이자 중도ㆍ보수 진영의 용광로였다. 반면 유 의원은 보수혁명을 통한 정치개혁을 이룰 새 터전으로 생각했다. 김 의원에게 보수통합은 보수당 재건의 ‘필요조건’이지만, 유 의원에게는 ‘충분조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 스타일도 사뭇 다르다. 김 의원은 겉이 ‘상남자’고, 유 의원은 속이 ‘상남자’다. 정치는 타협의 과정이라는 김 의원은 현실론자, 정치는 신념의 실현인 유 의원은 이상주의자에 가깝다. 우르르 끌고 나가 다 함께 먹기를 즐기는 김 의원과, ‘혼밥’의 묘미를 누리곤 하는 유 의원을 보면서 주위에선 두 사람을 딱 반씩만 섞어놨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주 원내대표의 ‘뽀뽀 도모’도 그런 바람에서였다. 하지만 김 의원이 1시간 만에 분위기를 깨버렸다. “유승민 사당(私黨)이냐”며 ‘유승민 비상대책위’로 기운 당내 여론에 급제동을 걸었다. 모욕감을 느꼈을 법한 유 의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앙다물었다. 참지 않았다면 갈라서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했을 거다. 지금은 헤어질 때가 아니라는 걸 유 의원도 알았기 때문 아닐까.

‘갈등’은 덩굴식물인 칡과 등나무를 일컫는다. 왼쪽으로만 감아 올라가는 칡과 오른쪽으로만 휘감기는 등이 만나 벌이는 치열한 전투를 말한다. 상반된 습성의 칡과 등이 교차할 때마다 때론 칡넝쿨에 등나무가 깔리고, 때론 등나무가 칡을 짓누른다. 경쟁이 심할 경우 칡과 등 모두 말라 죽기도 한다. 그래서 갈등인 거다. 김 의원은 우회전, 유 의원은 좌회전만 고집해서는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자명한 건 그런 갈등만 계속하다가는 궤멸 직전의 보수당을 재건하는 두 사람의 공동목표도 함께 말라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두 사람이 억지 뽀뽀까지 해야 했던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김지은 정치부 차장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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