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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방지용 창문 막아버린 강남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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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방지용 창문 막아버린 강남경찰서

입력
2017.12.14 20: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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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지적에 만든 수사팀 창문

“감시받는 것 같아” 종이로 막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지난달 창문공사(왼쪽 사진)를 시행한 이후 창문을 종이로 가린 모습.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지난달 창문공사(왼쪽 사진)를 시행한 이후 창문을 종이로 가린 모습.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경찰서 청사 내부 곳곳이 공사로 시끄러웠다. 강력, 경제 등 10곳 넘는 수사팀 사무실 철제 문에 구멍을 내 창문을 만들겠다는 것. 용의자나 피의자 등을 수시로 불러 조사를 해야 하는 곳인데, 창문 하나 없이 너무 밀폐가 돼 있어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상급청(서울경찰청)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공사가 있은 지 보름이 지난 현재, 창문은 여전히 막혀 있다. 각 수사팀이 포스터나 이런저런 종이를 붙여 창을 다 가리고 있었다. 강남서 소속 한 경찰은 “‘우리가 감시 받고 있는 것 같다는 등 수사팀에서 불만이 컸다”며 “각 팀에서 자체적으로 창문을 가린 걸로 안다”고 했다.

지난 9월 3년여간 ‘셋방살이’ 신세를 끝내고 신(新)청사에 안착한 강남서를 두고 안팎에서 이런저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뒤늦은 공사로 돈은 돈대로 낭비하고도 여전히 피의자 인권보호와 거리가 먼 건물이라는 지적은 물론, 최근에는 멀쩡하던 창문이 무더기로 깨지는 등 부실공사 논란까지 일고 있다.

1층 민원인 대기공간도 꾸준히 구설에 오른다. 넉넉한 로비 공간이 있는데도 굳이 뒷문 근처에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벤치 형태 의자를 들여 놓은 게 전부. 한 소속 경찰관은 “게다가 1층에서도 그곳이 겨울에 가장 추운 곳”이라며 “여성들의 경우에는 대기공간 옆에 있는 수유실로 들어가 대기할 때도 있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는 청사 창문 10여개가 깨지면서 직원들을 불안하게 했다. 누가 물리적인 힘을 가한 것도 아닌데, 유리창이 ‘그냥 알아서 깨졌다’고 한다. 실제 본관 여기저기 깨진 창문이 발견됐고, 별관 동쪽엔 무려 10장이 넘는 창문이 깨져 있었다. 청사를 지으면서 무리하게 예산을 절감한 탓이라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온다.

강남서 관계자는 “유리업체에서 ‘부적합한 창문이 끼워졌던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라면서 “올해 안에 깨진 창문을 모두 교체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내년 초 1층 로비에 카페가 생겨 민원인 대기공간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14일 서울 강남경찰서 신청사 곳곳에서 발견된 파손 유리들. 파손 유리엔 검정색 테이프로 ‘엑스(X)’표를 붙여놨다.
14일 서울 강남경찰서 신청사 곳곳에서 발견된 파손 유리들. 파손 유리엔 검정색 테이프로 ‘엑스(X)’표를 붙여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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