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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국면, 트럼프의 ‘대북 3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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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국면, 트럼프의 ‘대북 3원칙’

입력
2018.01.07 22:5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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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한국 주도의 남북회담 성과 기대

북한 비핵화 의지 탐색 전초전으로

②핵ㆍ미사일은 미국 주도ㆍ한미일 공조

비핵화 목표 북미회담 적극 모색

③강한 경제적 압박 기조 유지

북한 태도 변화 없으면 군사옵션도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에 전향적인 의사를 밝히면서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한 3가지 접근법을 시사했다. 첫 단계로 남북 회담을 남북 내부 이슈를 넘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탐색하는 전초전 성격을 부여해 북미 회담의 가교로 삼고, 여기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다음 단계에서 미국이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북미 회담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두 단계의 시도가 실패하면 군사옵션을 바탕으로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3단계도 강하게 내비쳐,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을 선보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공화당 지도부 등과 회동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의 통화 의향을 묻는 질문에 “물론이다. 나는 늘 대화를 믿는다. 틀림없이(absolutely) 할 것이다. 전혀 문제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의사 언급은 지난해 8월 “우리는 협상을 고려할 것이다. 때가 됐다”고 밝힌 이후 처음이며,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가장 수위가 높은 유화적 발언이다. 그간 “대화는 시간 낭비다”며 대화론 자체를 일축하고 미 정부도 “지금은 대화 시간이 아니다”며 선을 그어 왔던 데서 북미 대화 적극 모색으로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남북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북미간 군사적 위협의 ‘말 폭탄전’이 협상 조건을 둘러싼 수 싸움 국면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북 협상을 두고 여러 차례 백악관과 엇박자를 빚었던 렉스 틸러슨 장관을 거명하며 “우리는 렉스,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데 우리가 평화롭고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 인류와 세계를 위해 위대한 일이다. 매우 중요하다”며 틸러슨 장관의 협상론에 힘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위해 “그들이 올림픽을 넘어 더 나아가기를 바란다”며 남북 대화를 비핵화 협상의 탐색적 과정으로 삼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틸러슨 장관도 CNN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이 북한이 무언가를 의논하고 싶다는 바람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가 한국 주도로 성과를 내고, 북한이 한국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를 제의한다면 적극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의 입장은 확고하다”는 전제 하에 북미 대화 의사를 밝혀 북미간 대화가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김정은과의 통화에) 전제 조건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내가 한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그들은 올림픽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것은 시작이다. 큰 시작인데, 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가능했겠냐”며 대북 압박정책이 남북 대화의 바탕이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남북 대화가 순탄하게 북미대화로 전환되기에는 변수가 많다. 북한이 핵보유국 주장을 고집하며, 비핵화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남북관계 개선만을 의제로 삼은 채 남북 경제 교류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이 핵문제 해결과 따로 갈 수 없다”는 입장이며, 미국도 “비핵화 의사를 보일 때까지 최대 압박은 계속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이날 “북한의 올림픽 참가 의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정책을 변경시키기 위해 국제 사회와 연대해 압력을 최대화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남북 대화가 자신이 주도한 압박 정책의 결과임을 거듭 강조하는 동시에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비난하면서 “난 ‘그것’을 할 완벽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필요 시 군사옵션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내비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이 낮은 단계의 남북 대화로 분위기를 조성하면,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북미 대화에 나서겠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 군사옵션을 바탕으로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할 것이란 3단계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대화창구를 열어놓으며 적극적인 관여 정책으로 선회한 듯 보이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더 강한 압박전의 포석도 깔아둔 ‘최대 압박과 최대 관여’ 라는 트럼프 정부의 초기 대북 정책을 현실화한 것이란 분석이다. 핵 보유국 주장을 굽히지 않아온 북한이 만족할 만한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모처럼 열린 대화의 창이 더욱 싸늘하게 닫힐 수 있는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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