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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죽만 울린 ‘광주시ㆍ현대車 투자협약’ 갈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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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죽만 울린 ‘광주시ㆍ현대車 투자협약’ 갈길 멀다

입력
2018.06.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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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문재인 대통령 초청 추진하던 19일 협약식 돌연 무기한 연기 세부 협약 내용 합의 실패가 원인 투자 관련 법률 검토 제대로 안 해 “설익은 협상안 경고 무시하고 서두르더니 결국 망신 자초” 비판
지난 1일 오전 윤장현 광주시장이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자동차가 시에 보낸 사업 참여 의향서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윤장현 광주시장이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자동차가 시에 보낸 사업 참여 의향서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가 현대자동차와 자동차 위탁 조립공장(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식을 19일 열려다가 돌연 무기한 연기했다. 투자협약식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초청해 광주형 일자리 모델 육성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알리겠다며 의욕적으로 나섰다가 변죽만 울리고 만 셈이다. 시는 현대차와 투자협약 내용에 대한 면밀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그간 일각에서 제기됐던 부실 협상 우려가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시는 19일로 예정했던 현대차와 자동차 위탁 조립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을 미뤘다고 18일 밝혔다. 시가 밝힌 연기 사유는 현대차와 투자협약서 세부 내용에 대한 합의 실패다. 합작법인 설립에 따른 현대차의 지분참여 비율과 법인 설립 법적 근거 및 이사회 구성 문제 등을 놓고 현대차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협약서에 서명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또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에 투자하는 데 대해 현대차 노조가 강력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현대차와의 투자협약식 연기는 ‘예고된 결과’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지난 1일 현대차가 사업 참여의향서를 접수하자, 이 달 중으로 협상의 주요 골자를 확정 짓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정종제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투자협상단은 현대차와 매주 3차례씩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등 속도를 내면서 19일 투자협약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특히 시는 문 대통령이 투자협약식에 참석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청와대 측과 행사 준비를 조율해 왔다.

이를 두고 시청 안팎에선 “시가 왜 이렇게 협약 체결을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무 협상을 위한 투자협상단이 외부 전문가도 없이 공무원으로만 구성된 데다, 주요 협상 쟁점에 대한 광주시의 협상안과 협상 전략 등도 허술해 시가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런데도 시는 “현대차와 상호 협력 양해각서(MOU)보다 한 단계 더 진전된 협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의 ‘설익은 협상’은 현실로 나타났다. 협상 진행 과정에서 현대차의 자동차 위탁조립 물량 배정에 대한 지속성 확보 방안, 위탁조립 공장의 수익구조에 영향을 미칠 차량의 생산원가 책정, 현대차에 대한 배당 수익, 지역 부품업체들의 납품 단가 책정 등 주요 쟁점들에 대한 시의 협상안이 상당히 부실하다는 문제 제기가 내부에서까지 불거진 것이다. 더구나 시가 직접 출자를 통해 합작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지 여부와 향후 시의 법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협약 내용 등을 둘러싼 실질적인 법률 검토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주무부서인 자동차산업과는 지난 5일 윤장현 광주시장의 지시 사항이라는 이유로 회계과에 현대차의 사업참여 의향서만 제출하며 자동차사업 관련 법률 자문 법무법인 선정 용역 계약을 의뢰하는 꼼수를 부렸다가 회계과로부터 “관련 법령을 지키라”고 퇴짜를 맞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시는 현대차와 체결할 협약서에 실질적인 투자 협약 내용 등을 기재하되 해당 내용에 대해선 시가 관련 법률 검토 후 추인한다는 단서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투자협약식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시가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와 투자 협상을 하면서 협상안에 대한 촘촘한 검토도 없이 어설프게 나섰다가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 관계자는 “현대차와 투자협약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짓고 싶었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던 부분도 없지 않았다”며 “향후엔 협상안 등을 세밀하게 검토한 뒤 현대차와 협상에 임해 좋은 결실을 맺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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