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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병언 음모론' 부추긴 檢·警 헛발질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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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병언 음모론' 부추긴 檢·警 헛발질 수사

입력
2014.07.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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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 수사가 일단락됐다. 유씨 본인은 숨졌고 장남 대균씨에 이어 유씨 도피에 관여했던 인물들이 줄지어 검거되거나 자수했다. 해외에 머물고 있는 유씨의 자녀 3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석 달 넘게 진행된 유씨 수사 과정을 돌이켜보면 지나치게 과대포장 되거나 부풀려진 측면이 크다. 검찰은 유씨가 잠적하자 구원파 세력의 비호가 있는 것처럼 말해왔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력과 정보력을 무력화시킬 만큼 막강한 구원파 집단이 유씨를 조직적으로 빼돌려 오랫동안 검거를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유씨의 죽음과 측근 검거 후 밝혀진 사실을 보면 전혀 다르다. 유씨 도피를 총괄했다고 지목한 ‘김엄마’는 실제는 유씨의 식사 도우미였다. 김엄마에 이어 도피 총지휘자로 등장한 ‘신엄마’와 ‘제2의 김엄마’도 유씨의 물품을 운반하거나 하룻밤 은신처를 제공한 정도였다. 송치재 별장 수색 당시 유씨를 두고 도주해 의혹을 낳은 운전기사도 처벌이 두려워 유씨를 놔둔 채 달아났다고 한다. 무엇보다 유씨가 별장 주변 밭에서 혼자 숨진 상황은 구원파의 조직적 저항이라는 검찰의 설명이 과장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유씨의 도피행각은 몇몇 측근들의 즉흥적인 모의와 실행 정도의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판 키우기는 결국 유씨와 구원파를 과대 포장해 유씨를 검거하지 못하는 무능을 덮으려는 시도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문제는 검찰의 부풀리기가 유씨 시신을 둘러싼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점이다. 10만 구원파의 결사적인 비호를 받은 유씨가 노숙자 행색으로 홀로 숨졌을 리가 없다는 의문을 많은 사람들이 갖는 데 영향을 미쳤다.

유씨 변사체 발견 후 경찰의 헛발질도 음모론을 키웠다. 지난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씨 시신 감식 때 실제 키인 159㎝와 달리 150㎝로 측정되면서 시신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하지만 알고 보니 경찰이 시신 발견 현장에 떨어진 목뼈 3점을 방치해 벌어진 소동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2점은 인근 주민이 주워갔다가 경찰에 돌려줘 찾게 됐다. 유씨의 지팡이는 경찰이 시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분실했다가 신원 확인 후 현장 주변 수색에서 발견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인터넷에 유포된 유씨 사망 관련 허위 글에 대해 수사를 벌인다고 밝혔다. 초동 수사를 부실하게 한 경찰이 자초한 측면이 큰 터라 선후가 바뀌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음모론을 촉발한 검찰과 경찰이 먼저 부실 수사에 책임을 지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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