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너무 비싼 요즘 자전거… 새것 같은 중고로 시작해요

입력
2016.03.19 14:46
0 0

수십만원 넘는 요즘 운동용 자전거

시간 없어 방치하다 중고장터行

입문자에겐 새것 싸게 얻는 기회로

20년 친구 P군. 그는 잊을 만하면 자전거 사진을 보내온다. 자전거를 사려는데 좀 봐주라. 매번 꼼꼼히 답하지만 P가 그 자전거를 사리라는 기대는 접은 지 오래다. 사진 속 자전거 가격은 언제나 P의 예산을 훌쩍 넘으니까. 요즘 운동용 자전거는 조금 예쁘다 싶으면 사오십 만원씩 값이 나간다. 학생인 P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가격이 만만한 녀석을 권하자니 내 눈에도 시원찮다. 어쩌랴 우린 법정스님이 될 수 없는 것을.

늦겨울 시작된 P의 자전거가게 순례가 봄이 저물도록 이어진다. 한밤중 자전거사진 문자도 세 달째. P에게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할 만큼 했다. 중고장터로 가자꾸나.”

기자가 2년 전 네이버카페 ‘중고나라’에서 구매한 입문용 로드자전거. 새것이나 다름 없던 자전거를 60%가격에 얻었다.
기자가 2년 전 네이버카페 ‘중고나라’에서 구매한 입문용 로드자전거. 새것이나 다름 없던 자전거를 60%가격에 얻었다.

● ‘빨래 걸던 자전거’를 잡아라

온라인 중고장터에선 새것이나 다름 없는 자전거를 싸게 구할 수 있다. 원주인이 서너 번 엉덩이를 걸쳤다는 이유로 소매가격보다 10~20% 저렴하게 팔기 때문. 연식이 오래됐다면 가격은 절반 가까이 떨어지기도 한다. 기자 역시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100만원짜리 입문용 로드 자전거를 60만원에 사서 자전거생활을 시작했다.

중고인데 더럽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중고장터에는 새것처럼 깨끗한 중고품이 넘친다. 흔히 ‘빨래걸이 자전거’라 부르는, 주인이 안 타고 방치한 녀석들이다. 부상, 지방출장, 결혼, 아이 출산 등 자전거가 버림받은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말은 한결 같다. 핸들이 빨랫줄로 변하고 안장에 먼지가 쌓일 때 배우자가 결정타를 날린다. “자리만 차지하는데 어떻게 좀 하지?” 판매글에 “얼마 못 타고 내놓는다” “동네만 다녔다”는 하소연이 있다면 제대로 찾았다.

초보는 중고품 중에서도 거래가 활발한 입문용 자전거(소매가격 50만~100만원)를 사는 것이 좋다. 시세를 알기 쉬워 바가지 쓸 일이 없다. 인기가 많은 만큼 성능도 믿을 수 있다. 동호인들이 주로 추천하는 입문용 로드 자전거는 ‘클라리스급’ 또는 ‘소라급’ 조금 비싸면 ‘105급’이란 별칭이 붙는데 모두 변속기(기어) 이름이다. 자전거의 부품구성은 대체로 변속기 수준에 맞춰 결정되기 때문에 중고매물의 수준도 변속기의 등급으로 어립잡을수 있다.

이런 중고품은 연식이 한두 해 묵었더라도 성능은 신제품과 별반 차이가 없다. 부품이 매년 혁신적으로 발전하지는 않기 때문. 자동차의 페이스리프트(face lift)처럼 자전거 껍데기만 바뀌는 경우가 많다. 변속기의 경우, 신형/구형마다 기어 단수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자주 일어나는 변화는 아니다. P군처럼 당분간 되팔 생각이 없다면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서울 강동구의 이중호(30)씨도 지난달 자전거 경력 13년 만에 처음 유명 브랜드 자전거를 사면서 중고장터 문을 두드렸다. 고교시절부터 새 자전거를 별렀지만 중고장터에서 2015년식 로드자전거가 소매가의 60% 가격에 팔리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주변을 보니, 1년에 자전거를 타는 횟수가 많아야 네다섯 번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다 결국 중고로 내놓더라고요. 신제품이나 다름 없죠.”

이씨는 “가격대 성능비가 좋아서 거래가 활발한 제품이 되팔 때 제값을 받기 좋다”고 덧붙였다. 찾는 사람이 많아서 금방 팔 수 있고, 성능이 좋다고 소문난 덕분에 중고 가격대가 동급의 다른 자전거보다 높이 형성된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2013년 형을 끝으로 단종된 자이언트의 로드자전거 SCR3의 경우, 한때 중고장터를 점령하다시피 했다.

유명 온라인 자전거중고장터 ‘바이크셀’에 올라온 게시물. 자전거 중고거래에선 다른 용품도 끼워주는 경우가 많다.
유명 온라인 자전거중고장터 ‘바이크셀’에 올라온 게시물. 자전거 중고거래에선 다른 용품도 끼워주는 경우가 많다.

잡다한 용품을 한번에 얻는 기회도 중고구매의 매력이다. 자전거생활을 그만두는 판매자의 경우,중고 자전거에 온갖 용품을 끼워준다. 전조등, 후미등, 휴대용 공구, 공구통, 물통, 펑크 수리도구, 펌프, 타이어 등등. 하나씩 사 모으려면 여간 귀찮은 것들이 아니다. 2년 전 중고 자전거로 입문한 조광현(29)씨 역시 혜택을 봤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20만원 주고 샀는데 상, 하의 의류부터 헬멧, 페달까지 따라왔다”며 “용품들도 거의 새것이어서 10만원 이상 이득을 봤다”고 전했다.

●자전거 중고거래, 이것만은 주의

(1) 직거래가 가장 안전

판매자와 만나서 직접 자전거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자전거 몸체에 실금이 난 경우,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지만 사진으로는 찾기가 어렵기 때문. 고속버스 택배거래로 자전거를 거래했다가 나중에 실금을 발견하고 다툼이 벌어지는 일이 드물지 않다. 도장이 훼손된 정도는 괜찮지만 표면이 움푹 파였다면 주의해야 한다. 판매자와 함께 자전거가게에서 부품 상태를 점검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중고품 거래는 일단 거래가 끝나면, 법정에 가더라도 환불이 어렵기 때문에 구입 전에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2) 타이어 상태도 보세요

중고거래를 처음 한 경우, 타이어 상태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타이어의 경우, 가장 싼 제품도 2만원(로드용)에서 5만원(산악자전거용) 정도. 기분 좋게 자전거를 사왔다가 추가 비용에 마음이 상하는 일을 피하려면 중고거래 현장에서 바퀴 상태를 확인하고, 마모가 심할 경우 할인을 받는 편이 좋다. 장기간 나쁜 환경에 오래 방치된 타이어의 경우, 표면이 갈라져 있어 주행성능도 떨어진다.

(3) 중고품-신품 부품구성 비교는 필수

초보자는 자전거 지식이 없는 만큼, 온라인 동호회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의 중고를 구매하는 게 좋다. 또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새 제품의 부품구성을 찾아 중고품과 비교해 봐야 한다. 프레임은 고가품인데 부품을 저렴한 것으로 바꾼 매물도 있기 때문. 중고품의 부품 구성을 공개하지 않았을 경우, 사진끼리 비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내 최대 중고장터 3곳

(1) 바이크셀 http://bikesell.co.kr

흔히 ‘바셀’이라 불리는 산악자전거 커뮤니티. 로드자전거도 거래되지만 사이트 분위기는 산악자전거에 더 맞춰져 있다. 중고 산악자전거를 매물이 가장 많은 곳이다. 고급품 매물이 많지만 입문용 40만~50만원대 산악자전거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다만 가입하고서도 인증절차가 더 있어서 중고장터를 이용하기까지는 며칠 시간이 걸린다.

(2) 도싸 http://corearoadbike.com/

국내 최대 로드자전거 커뮤니티로 중고장터에는 고급 로드자전거가 많이 올라온다. 피나렐로 ‘도그마’ 등 프레임(몸체)만 수백 만원대인 물건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이언트나 메리다, 국산 첼로 등 비교적 저렴한 브랜드의 입문용 제품도 구할 수는 있다.

(3) 중고나라 http://cafe.naver.com/joonggonara

말 많고 탈 많은 그곳. 그러나 생활용부터 중-고급 제품까지 중고 자전거가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이다. 이름 없는 경품용 자전거부터 알톤, 삼천리, 첼로, 스트라이더, 트렉, 스페셜라이즈드, 베네통, 쉐보레까지 온갖 브랜드가 총출동한다. 생활용 자전거를 구하기엔 가장 좋은 중고장터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