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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성감대는 어디니?”..거침없는 20대 성담론 찍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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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성감대는 어디니?”..거침없는 20대 성담론 찍는 청년들

입력
2017.12.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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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 출연자들은 성에 대한 질문이 적힌 ‘젤리플 카드’를 뽑아 카드에 적힌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며 기존에 해 보지 못했던 솔직한 대화를 나눈다. 젤리플 영상 캡처.
영상 속 출연자들은 성에 대한 질문이 적힌 ‘젤리플 카드’를 뽑아 카드에 적힌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며 기존에 해 보지 못했던 솔직한 대화를 나눈다. 젤리플 영상 캡처.

“너의 성감대가 어디야?” 노란 배경의 영상 속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서로에게 카드에 적힌 질문을 던진다. 내용은 성감대부터 내가 흥분하는 상황, 내 몸 중 가장 섹시한 부분 말하기 등 다양하지만, 모두 성(性)과 관련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출연자들은 질문에 낯설어 하면서도 이내 답변을 곰곰이 생각하기도 거침없이 대답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3분짜리 영상 6편으로 이루어진 ‘성(性) 질의응답’ 시리즈는 지난 11월 초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첫 게시 후 지금까지 3백만 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을 기획한 곳은 시사 미디어 스타트업 ‘쥐픽쳐스(Gpictures)’가 운영하는 채널 중 하나인 ‘젤리플(Jellyple)’이다. ‘젤리플’은 사랑과 성에 대한 관심이 가장 활발한 청소년과 관심을 돌아보지 못한 채로 성인이 된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을 위한 채널이다. ‘우리들의 사랑과 성’을 주제로 지난 해 초, ‘발기’와 ‘브래지어’, ‘생리’ 등 10대가 맞닥뜨린 성(性)에 대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콘텐츠로 전달하며 시작했다. 1년 간의 공백 뒤, 젤리플은 지난 6월부터 ‘야동’과 ‘자위’, ‘성교육’ 등에 대한 10대와 20대의 진솔한 의견을 담은 콘텐츠들을 업로드 해 왔다. 이 채널은 현재 유튜브와 SNS를 합쳐 구독자가 9만 여 명에 달한다. 지난 26일 유쾌하고 솔직한 영상들로 청소년과 청년의 성 담론을 이끌고자 하는 ‘젤리플’의 두 제작자를 만났다.

젤리플의 제작자 중 하나인 국범근(20·이하 국)씨는 시사 미디어 스타트업 ‘쥐픽쳐스’의 대표로서 '이슈먹방', '학교썰전' 등 시사 시리즈물을 기획·운영하고 있으며 또다른 제작자 정갑영(22·이하 정)씨는 영상학과를 휴학하고 올해 7월 ‘쥐픽처스’에 합류해 젤리플 채널의 운영과 제작을 맡고 있다.

본질은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

Q. 채널명 ‘젤리플’의 뜻과 기획의도는 무엇인가?

정: ‘젤리플’은 ‘Jelly + play’의 약자로 젤리처럼 말랑말랑하며 상큼한 사랑과 성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눠 보자는 뜻이다.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단편적인 사랑의 방식이나 음지에서 포르노를 통해 받아들여지는 성 지식 등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청춘들이 채널의 열린 공간에서 함께 사랑과 성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자유롭고 평등한 가치관을 재정립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기획했다.

국: 본질적으로 콘텐츠를 보고 성 담론을 나누면서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그것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사랑과 성에 대한 본인만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동안 몰랐던 ‘나’에 대해 성적으로 탐구하며 유쾌한 사랑과 성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기획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무엇인가?

국: 표지사진이나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으려 하지 않고, 내용도 단순히 성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성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으려 한다.

정: 최근에는 다양한 성 담론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담은 ‘카드게임’도 제작했다. 지난 11월부터 텀블벅을 통해 후원을 받았고 목표 금액의 261%인 650 여 만원으로 마무리 해 후원자들에게 전달했다. 11월 올린 기획영상들은 이 카드를 번갈아 뽑으며 질의응답을 하는 내용이다.

‘젤리플’의 인터뷰 콘텐츠 ‘걸레라는 말에 대하여’는 여성이 자유롭게 연애와 사랑을 하면, 쉽게 ‘걸레’라는 단어로 비하해 버리는 현실에 대해 청년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성적으로 자유로운 남성은 ‘마스터 키’로 불리는 것을 지적하며 ‘걸레’라는 말을 왜 사용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린다.
‘젤리플’의 인터뷰 콘텐츠 ‘걸레라는 말에 대하여’는 여성이 자유롭게 연애와 사랑을 하면, 쉽게 ‘걸레’라는 단어로 비하해 버리는 현실에 대해 청년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성적으로 자유로운 남성은 ‘마스터 키’로 불리는 것을 지적하며 ‘걸레’라는 말을 왜 사용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린다.

성 담론과 성 평등은 함께 가는 쌍두마차

Q. 사람들의 영상에 대한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정: ‘걸레라는 말에 대하여’라는 영상에 대한 반응이었다. 해당 영상은 젤리플이 추구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성문화'를 방해하는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인 '걸레'라는 말의 의미와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제작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맙다’고, ‘울 것 같다’고 댓글을 남긴 것이 기억에 남는다.

국: 성 담론에 있어 여성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방해요소를 지적한 것이다. 댓글들은 잘못된 개념을 고쳐줘서 감사하다는 반응이었다.

Q. 젤리플에서는 성평등과 관련된 문제를 많이 다룬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국: 나 또한 신체적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동일한 시스젠더에 이성애자 남성이라 여러 입장에서 생각하는데 한계가 있다. 불과 2년 전 찍은 영상도 너무나 여성혐오적 요소가 많아 제대로 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몰랐었던 것을 알게 되고 잘못 가졌던 생각을 교정하려다 보니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고 타인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입장에서 먼저 문제의식을 가지려 한다.

정: 나 같은 경우는 2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다양한 페미니즘 활동을 해왔다. Vday라는 여성인권증진을 위한 연극페스티벌에서 비디오 그래퍼로 참여하기도 했다. 성 담론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 누군가는 ‘일상 속의 공포’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알고 공부를 하고 구조적 인식을 쌓으려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정: 웹드라마 형식으로 성 담론을 사람들이 조금 더 재밌고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사랑과 성에 관련한 문제의식을 조명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볼 계획이다. 젤리플스럽게 말랑말랑하고 상큼하게 다룰 예정이니 기대 바란다.

이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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