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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대일로 상징 란저우 신도시 ‘유령도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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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대일로 상징 란저우 신도시 ‘유령도시’ 전락

입력
2016.05.3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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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출발지인 중국 간쑤성 란저우시 주변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실크로드의 출발지인 중국 간쑤성 란저우시 주변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모래 위 도시’ 별칭 실크로드 거점

12조원 투입해 공항ㆍ도로 등 건설

경기 둔화에 기업 투자 줄며

공사 중단되고 거리 텅 비어

전문가 “中 정책 실패 상징” 지적

‘모래 위의 도시’. 중국 간쑤성(甘肅省) 란저우(蘭州)시의 신도시를 일컫는 말이다. 불도저로 수백개의 모래 언덕을 밀고 아스팔트 포장 도로를 깔아 1,300㎢ 규모의 도시를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때 건설 광풍이 불던 신도시 공사 현장의 건설 크레인은 가동을 중지한 채 덩그러니 서 있고, 아파트는 텅 빈 채다. 거리서도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지는 29일(현지시간) ‘모래 위의 도시가 중국의 문제점을 상징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추진한 일대일로(一帶一路ㆍ뉴실크로드) 정책의 수혜지로 각광받던 란저우시 신도시가 유령 도시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일대일로 정책은 육로를 통해 중국과 유럽을 이어 거대한 경제 벨트를 형성하겠다는 시진핑 정부의 역점 경제 정책이다.

중국 서북 변방에 위치한 간쑤성은 지난해 1인당 평균 연간 수입이 약 4,000달러(약 476만원)에 불과한 경제적 불모지다. 하지만 과거 중국과 유럽을 잇던 실크로드의 중심지인 이곳은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거점으로 신도시를 중심으로 개발 붐에 휩싸였다. WP는 “란저우시는 중국 정부의 두가지 역점 사업인 저개발 내륙 지역 육성과 뉴실크로드 개발의 수혜를 입을 ‘원석’으로 여겨졌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간쑤성은 약 100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입해 신도시에 공항과 철도, 도로를 건설했다. 황허(黃河)강에서 물을 끌어와 새로 건설할 3개의 댐에 저장하는 치수 공사도 계획 했다. 중국 정부도 이 지역을 자유경제지구로 조성해 투자를 유치하고 자동차와 제약 산업을 육성해 2030년까지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 놓았다.

하지만 두 자릿수를 달리던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6%까지 떨어지며 경기 둔화가 본격화됐다. 중국 정부의 부채도 최근 국내총생산(GDP)의 40%까지 치솟아 금융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산업별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자 신도시에도 폭탄이 떨어졌다. 세금 면제와 각종 보조금 혜택을 약속해도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를 꺼려 입주를 기피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란저우시가 중국 정부의 실패한 경제 정책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전문회사인 매들레이글로벌어드바이저의 앤드루 포크 중국 전문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한편으로 경제 개발을 위한 일대일로 정책을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무리한 투자를 줄이고 싶어한다”면서 “두 정책은 양립 불가능한데도 중국 정부가 모두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분석업체 위그램캐피털어드바이저의 로드니 존스 대표도 “중국의 경기 호황은 끝났다”며 “이제는 경제성 없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들을 정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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