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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봉춘 고봉순을 돌려다오"... '공영방송 되찾기 불금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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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봉춘 고봉순을 돌려다오"... '공영방송 되찾기 불금파티'

입력
2017.08.0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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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동 KBS본관 앞에서 언론노조 KBS 본부와 MBC 본부, 시민단체들이 칵테일 모히또와 팥빙수를 나눠 먹는 ‘불금파티’를 열었다.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동 KBS본관 앞에서 언론노조 KBS 본부와 MBC 본부, 시민단체들이 칵테일 모히또와 팥빙수를 나눠 먹는 ‘불금파티’를 열었다.

“더우시죠? 아이스크림 드세요!”

지난 4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는 엄청난 크기의 아이스박스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은 아이스박스 안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받아 들었다. 35도 안팎의 더운 날씨에도 모여든 100여명은 아이스크림으로 땀을 식히며 “돌아오라! 마봉춘(MBC) 고봉순(KBS)”을 외쳤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214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은 지난달 21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7시가 되면 KBS와 MBC 본사 앞을 격주로 오가며 ‘불금파티’를 열고 있다. 시청자와 가장 친근했던 시절 ‘고봉순’과 ‘마봉춘’으로 불렸던 KBS와 MBC의 본모습을 찾자는 취지가 담겼다. 두 공영방송사 안팎에서 공영방송 바로잡기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최근 더욱 높아져 불금파티는 방송가의 눈길을 끄는 행사가 됐다.

엄숙하고 경직되기 마련인 집회인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진정한 축제가 됐다. 시민들은 촛불 대신 모히또를 손에 들었고, 팥빙수를 나눠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열린 ‘불금파티’에선 MBC드라마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했던 김민식 PD가 래퍼로 변신했다. 힙합 듀오 지누션의 ‘말해줘’의 가사를 바꾼 ‘퇴진송’을 불렀다. 김장겸 MBC 사장을 향한 노래였다. “넌 이제 나가주면 좋겠어”, “마봉춘이 사랑 받은 그때를 기억해봐” 등의 ‘속사포’ 랩이 펼쳐졌다. 김 PD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사장의 퇴진을 외치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가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비제작부서인 심의국으로 발령이 났다.

4일 열린 세 번째 불금파티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참석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KBS를 항의 방문했던 이들이 3년 만에 다시 선 것이다. 이들은 416합창단 이름으로 참석해 공영방송을 되찾기 운동에 나선 시민들을 위무했다. 고 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씨는 “공영방송사 사장들이 양심이 있다면 해고되고 핍박 받은 기자 등에게 사죄하고 그들을 복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이 이 문제를 알고 동참해주셔야 고봉순과 마봉춘이 돌아올 수 있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집회는 즐겁지만 마냥 흥겨워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 4일 MBC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 4명과 PD 1명이 2개월 대기발령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의 제작진이 방송 아이템을 사측이 부당한 이유로 채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작거부에 나서자 나온 사측의 대응이었다. 제작중단을 선언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조의명 기자는 “월요일(7일)이면 사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것”이라며 “김장겸 사장 등이 퇴진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네 번째 불금파티는 오는 11일 MBC 본사 앞에서 열린다.

글ㆍ사진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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