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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만 입는다? 우리도 입는다! 고등학교에 부는 ‘학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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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만 입는다? 우리도 입는다! 고등학교에 부는 ‘학잠’ 바람

입력
2018.01.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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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군 칠원고 학생들이 '학잠'을 입고 있다. 칠원고 네이버 블로그
경남 함안군 칠원고 학생들이 '학잠'을 입고 있다. 칠원고 네이버 블로그

하얀 가죽 소매와 가슴 부분에 새겨진 큼직한 알파벳, 소매에 새겨진 이름…. 이른바 ‘학잠’의 특징이다. 야구점퍼 형태의 외투인 ‘학교 잠바’를 줄인 말로 주로 대학생들이 즐겨 입는다. 그런데 최근 고등학생 사이에서도 ‘학잠’ 열풍이 불고 있다.

2016년 이후 서울예고, 한양대사범대부속고, 세종과학고 등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 중심으로 시작된 ‘학잠’ 제작은 이제 서울 경희여고, 용인 수지고, 함안 칠원고 등 일반고와 해성국제컨벤션고 등 특성화고까지 확산되고 있다.

학잠 제작 업체 썬어패럴 관계자는 “최근 ‘학잠’을 만드는 고등학교가 늘고 있다”며 “학잠을 즐겨 입었던 대학생들은 단체 롱패딩을 맞춰 입는 쪽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교 학잠 제작은 학생들이나 학부모회가 주도해 추진하는 경우가 많지만 교장의 지시로 단체 주문해 겨울철 교복 재킷 대용으로 입는 학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점 외에 4만~5만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도 고등학생들의 ‘학잠 열풍’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학잠을 즐겨 입는다는 고교생 배소진(18)양은 “다들 유행에 민감하다 보니 비싼 외투를 사려고 ‘등골브레이커’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 같이 학잠을 만들어 입으면 무난하고 예쁘게 입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잠 착용 증가가 대학에 이어 고교까지 학교 서열주의를 강화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고교 학잠의 경우 일반고에서 만들어 입는 경우도 많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특목고와 자사고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박모(18)군은 “우리 동네에 내가 가고 싶었던 외고가 있는데 그 학교 학생들은 주말에 학원갈 때도 학잠을 입고 온 것을 보고 위축될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아름(22)씨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만연한 학벌주의가 어린 세대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학잠을 구매하지 않는 학생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또래 압력이 강하고 자율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매에 대한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고등학생 A(19)군은 “입어도 별로 따뜻하지 않아 5만원이나 주고 구매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동아리 선배들이 주도해 제작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사서 장롱 안에 넣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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