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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승부사 정혜림, 장기레이스의 별종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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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승부사 정혜림, 장기레이스의 별종 김도연

입력
2018.08.16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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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림(가운데)이 허들을 넘어 역주하는 모습. 여자 100m 허들 국가대표인 정혜림은 남녀 한국 육상 선수 중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정혜림(가운데)이 허들을 넘어 역주하는 모습. 여자 100m 허들 국가대표인 정혜림은 남녀 한국 육상 선수 중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13초11과 2시간25분41초.

13초11는 여자 육상 100m 허들의 간판 정혜림(31ㆍ광주광역시청)이 지난 6월 일본 후세 스프린트 국제육상경기대회 결승에서 세운 올 시즌 한국 최고 기록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우슈이자오(13초08)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다. 정혜림은 18일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남녀 육상 선수 중 금메달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을 듣는다.

여자 100m 허들은 8.5m 간격으로 놓인 높이 84cm의 장애물 10개를 빠른 속도로 넘는 경기다. 여자 육상 종목 중 100m 다음으로 빠른 시간에 승부가 난다. 반면 마라톤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종목이다. 2시간 넘게 홀로 고독하게 달려 메달 색깔을 가린다.

한국 여자 마라톤은 2시간25분41초의 한국기록 보유자 김도연(25ㆍ케이워터)에게도 내심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바란다. 그는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1997년 권은주가 작성한 2시간26분12초의 종전 한국 기록을 무려 21년 만에 31초나 경신했다. 이 기록은 올 시즌 아시아에서 여섯 번째다.

공교롭게 여자 100m 허들과 마라톤은 같은 날 금메달 결정전이 벌어진다. 여자 100m 허들은 25일 예선과 준결선에 이어 26일 오후 10시10분(한국시간) 결선을 치른다. 여자 마라톤은 26일 오전 8시 출발한다. 현지시간으로는 오전 6시 스타트라 김도연은 새벽 3~4시경부터 경기 준비를 해야 한다. 대한육상연맹 경기파트 김정식 부장은 “날씨가 너무 더워 아침 일찍 레이스를 한다. 세계대회에서도 오전 8~9시 시작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이른 건 이례적이라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혜림은 세 번째 아시안게임 도전이다. 첫 출전한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는 예선 탈락했고 안방인 2014년 인천에서는 결선에서 두 차례나 실수를 해 4위에 그쳤다. 6번째 허들을 넘다 걸리고 마지막 허들에도 다리가 걸려 넘어질 뻔했다. “못한 거로 평생 손꼽을만한 경기가 하필이면 그날(인천아시안게임 결선)이었다”며 땅을 친 그는 “나이를 생각하면 이번이 마지막 아시안게임일 수 있다. 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아시아 1위이자 2014년 인천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우슈이자오는 지난 5월 한 차례 13초08을 뛴 뒤 국제 대회 나서지 않고 있다. 반면 정혜림은 5월 13초13, 6월에 13초11과 13초14 등 꾸준하게 좋은 기록을 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일본의 기무라 아야코(13초13), 사무라 히토미(13초17)는 정혜림이 함께 뛰어 이긴 적이 있다.

정혜림의 또 다른 꿈은 12초대 진입이다. 이 종목 한국신기록은 이연경(은퇴)이 2010년 작성한 13초00이고 정혜림은 13초04(2016년 작성)로 역대 2위다. 그는 “3번의 아시안게임 중 평균 기록에서 경쟁자를 앞서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인 것 같다”며 “12초대 진입 역시 평생의 숙제다. 그 벽을 깰 자신감이 있다”고 외쳤다.

여자마라톤 김도연은 풀 코스 도전 세 번째 만에 한국기록을 세워 기대주로 떠올랐다. 사진은 지난 해 5월 종별선수권 1만m를 1위로 통과하는 모습. 연합뉴스
여자마라톤 김도연은 풀 코스 도전 세 번째 만에 한국기록을 세워 기대주로 떠올랐다. 사진은 지난 해 5월 종별선수권 1만m를 1위로 통과하는 모습. 연합뉴스

마라톤 선수로는 아시안게임에 처음 참가하는 김도연은 ‘별종’으로 통한다. 그는 원래 5,000m와 1만m가 주 종목이었다. 2016년 마라톤으로 바꾼 뒤 풀 코스 도전 세 번째 만에 한국기록을 작성했다. 같은 장거리라도 마라톤은 5,000m, 1만m와 완전히 다른데 김도연이 입문 2년 만에 한국기록을 갈아치우자 육상계는 크게 놀랐다. 한국 육상은 김도연이 아시안게임에서 또 한 번 대형 사고를 칠 거란 기대를 품고 있다.

김도연은 일본에서 하루 30㎞, 1주일에 200㎞ 이상 달리는 강행군을 소화하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국기록을 세우기 직전에도 40일간의 일본 전훈으로 효과를 봤다.

김도연은 하프마라톤(1시간11분)과 5,000m(15분34초17)에서도 한국기록을 갖고 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마라톤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나라 남자 마라톤이라 하면 황영조, 이봉주 선배님을 떠올린다. 여자마라톤 하면 떠오르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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