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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명선거 넘어 이제는 아름다운 선거로

입력
2016.04.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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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쓰레기더미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이 낫다.” 1951년 10월 1일 영국 더 타임스에 실린 표현으로 당시 조금의 희망도 기대할 수 없었던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쓰레기더미 속의 장미꽃'으로 비유되었던 시절을 떠올리면, 현재는 발전된 민주주의를 자축할 수 있는 수준이다. 모든 국민의 힘이 공명선거로 결집한 결과가 아닐까.

3ㆍ15 부정선거, 군부 정치 등 평탄치 않았던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선거를 대하는 우리의 인식은 지금껏 부정을 없애려는 공명선거에 머물러 있었다. 전후 폐허가 되어버린 땅에서 생존을 위하여 경제 발전에만 몰두한 것처럼 민주주의도 우리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기 위한 깨끗한 선거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공명선거를 향해 달려온 50여 년, 선거를 대하는 국민의 의식은 개선되었고 막걸리 선거와 같은 부정선거는 역사의 한 단면으로 사라졌다. 선거 절차는 선거법제와 선거기술을 해외에 전파할 정도로 발전했다. 작년에는 키르기스공화국 국회의원선거에 광학판독개표기를 지원했다. 올해는 케냐와 에콰도르에서 선거 시스템 선진화 사업을 추진한다.

국제사회의 매몰찼던 평가가 어느새 선진 선거기술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으로 돌아섰다. 과연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돌아섰을까. 그 답은 예전보다 낮아진 투표율에서 찾을 수 있다. 더 이상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지 않으려면 선거운동 과정에서 부정을 없애고, 투?개표 등 절차의 정확성을 추구하던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신뢰와 참여, 화합의 정치문화를 만드는 데 주목해야 한다. 단순한 의식주를 넘어서 삶의 질을 논하듯이 민주주의도 질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제는 단단히 다져온 공명선거를 뿌리 삼아 아름다운 선거로 나아가야 할 때다. 언뜻 선거마저 외적인 미(美)를 추구하겠다는 건지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름다운 선거란 정확성, 공정성, 투명성 그리고 참여까지 모두 아우르는 완전한 선거를 말한다. 아름다운 세상 만물이 우리의 마음과 오감을 즐겁게 해주듯이 자발적인 정치 참여, 즐길 수 있는 정치 문화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선거는 우리의 일상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스웨덴에는 ‘알메달렌’이라는 정치축제가 있다. 매년 3만여 명의 국민이 카페나 세미나실에 모여 앉아 수많은 정책, 즉 우리가 바라는 삶에 대하여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새로운 선거문화를 시도하려고 한다. 지난 3월부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선거, 민주주의를 키우다’ 특별전이 한창이며, 4월 2일부터 3일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선거테마파크도 열린다. 즐기며 참여하는 선거 축제를 통하여 모든 국민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몸소 느껴보는 것이다.

물론 아름다운 선거는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미 일반 국민이 투·개표사무원이 되어 투표와 개표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제20대 국회의원선거부터는 공모를 통하여 개표과정도 참관할 수 있다. 그 동안 제기되었던 개표 부정에 대한 의혹을 말끔히 씻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사전투표와 선상투표, 재외선거를 처음으로 동시에 실시하며, 파병부대 4개소를 포함한 198개의 재외 투표소도 설치하여 세계 어디에 있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조국의 앞날에 힘을 보태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앞으로도 과정의 투명성은 높이고, 참여의 문턱은 낮추는 선거제도로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다.

1963년 제6대 국회의원선거 포스터에는 ‘주권행사 바로 하여 바른 일꾼 바로 뽑자, 공명선거’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그로부터 13번의 대통령선거, 13번의 국회의원선거, 6번의 지방선거를 경험했다. 이번 제20대 국회의원선거는 공명선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뢰라는 주춧돌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국민의 참여로 펼쳐질 축제의 한마당에서 모두가 화합하는 아름다운 선거로 진화를 꾀할 때이다.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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